“동의보감 완영책판, 151판만 남아…3D 스캔사업 통해 디지털 보존 노력해야”

시기별로 보판-보각 이뤄져 인출본마다 차이…복원 위한 표준본 만들기위해 전문가 논의 必 한의학연 주관-산청 동의보감촌 주최, 2021동의보감 완영판 학술세미나 개최

2021-12-01     김춘호 기자

[민족의학신문=전주, 김춘호 기자] 동의보감 목판본 151판을 소장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박물관에서 완영책판 3D 스캔 사업을 위해 “물리적인 원값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측정 확보 후, 책판의 연구와 보존활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주관하고 산청 동의보감촌이 주최한 ‘2021 동의보감 완영판 학술세미나’가 지난 25일 전북대학교 박물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종철 전북대학교박물관 학예관은 ‘동의보감 완영책판 3D 스캔사업의 의의와 갑술 완영중간본의 발간시기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한 발표를 진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전북대학교박물관은 수장고에 보존돼있는 목판들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의보감 완영책판의 문화재적 가치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3D 스캔을 모색해왔다고 한다.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되는 자연적인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막을 수는 없어 책판이 갖는 물리적인 원값을 3D 스캔을 통해 최대한 확보해두고자 했다”며 “동시에 3D 스캔사업을 통해 이러한 디지털 보존 노력이 유용한지 아니면 다른 물리적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공론화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관계기관과의 협의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이런 과정에서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의 문화재적 가치를 널리 홍보하기 위한 산청군과 한국한의학연구원의 ‘2021년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활용 및 홍보사업’일환으로 동의보감 책판의 3D 스캔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완영책판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제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에서 조선시대 유교, 정치, 역사,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인출 할 때 사용됐던 책판이다. 동의보감 완영책판은 2005년 전주향교 장판각 목판정리사업을 통해 비로소 그 수량과 종류가 파악될 수 있었다. 최근에 실시된 목판 정리사업의 결과를 살펴보면 ▲목록(2책, 14판, 25면) ▲내경(4책, 25판, 45면) ▲외형(4책, 24판, 44면) ▲잡병(11책, 63판, 120면) ▲탕액(3책, 17판, 35면) ▲침구(1책, 8판, 18면) ▲제목 미상(5면) 등 총 25책, 151판 293면이었다. 대부분 서책 대비 15% 내외에 분포돼있다. 

◇전북대박물관 수장고에 보존중인 동의보감 완영책판.

그는 “현재 완영책판 가운데 동의보감은 전체 30%에 해당하는 151판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책판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하다”며 “마구리(손잡이 부분)가 전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책판의 형태 분류는 마구리가 끼워지는 부분의 절단 형태를 제1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준으로 바라본 책판의 형태는 ▲첫째, 목판 모서리 절단 형태에 근거하면 마구리 없이 목판 끝을 손잡이로 활용하는 일체식과 별도의 마구리가 착장되는 조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둘째 조합식 책판은 마구리가 끼워지는 부분과 모서리의 형태에 따라 크게 4종류로 구분되며 세부적인 차이에 따라 다시 13가지로 분류된다. 

또한 “이러한 형태적 양상은 동의보감 책판이 1814년이라는 늦은 시기의 문화상을 반영하는 근거로 사료된다. 완영책판에서 사선형의 목판이 18세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일시에 책판을 마련했다기보다는 기존의 것들과 새롭게 제작한 것들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좀 더 설득력있지 않을까”라며 “감영에서 제작한 동의보감 책판이 대량으로 남아있는 사례는 드물다. 이러한 관점에서 완영책판의 동의보감은 상대적으로 높은 문화재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잔존수량이 적다는 점이 맹점이다. 30%정도의 잔여 상태는 동의보감 책판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에 실시한 전문가 자문회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책판이 보유하고 있는 물리적인 원값을 최대한 신속하고 정밀하게 측정해 확보해둠으로써 향후 책판의 연구와 보존활용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동의보감 완영책판 디지털 보존 연구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에 대해 ▲첫째, 전체의 31% 분량밖에 남지 않은 151장의 동의보감 완영책판을 재조사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한 점을 꼽았다. 특히 책판의 형태 분류를 다시 실시해 더 정확한 분류 체계를 바탕으로 책판의 현황이 파악됐다. 책판은 모서리 형태에 따라 사선형, 말각형, 혼합형, 직각형으로 구분되며 세부적으로는 1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둘째, 동의보감의 의학적 연구 외에 동의보감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한 ‘책판’이라는 물리적 자료를 대상으로 그 원값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책판은 그 자체로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을 영구히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물리적인 원값을 최대한 확보해 향후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사료된다. ▲셋째, ‘2021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활용 및 홍보 지원사업’과 더불어 ‘동의보감 완영책판 디지털 보존 연구 사업’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해 배포한 점이다. 동의보감의 한의학적 측면 뿐 아니라 동의보감을 찍어내던 책판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함으로써 동의보감의 문화재적 가치를 제고하는 기회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정리했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남권희 교수(영남고문헌아카이브센터)가 동의보감 완영판본의 가치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남 교수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의보감의 완영판, 영영판을 복원하고자 하는 관련 분아에서의 노력은 많았으나 국가나 지자체의 인식과 전반적인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던 관계로 노력에 비해 성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기록물로서의 가치나 문화적인 정체성으로 대표할 수 있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상태의 완전한 목판이 국내 어느 곳에도 없으며 그나마 일부가 남아있는 완영판 151장 292면 마저 여러 시기의 판이 혼재돼 있다”며 “향후 어느 시기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복원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완영판, 영영판의 실체를 각 인본을 종합해 계통화를 통한 재구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각 시기별로 보판, 보각이 이뤄져 현존하는 인출본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어 장차 복원을 위한 표준본을 만들어 전문자들의 논의를 거쳐 등재본의 모습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동의보감 편찬과 세계화’ 김남일(경희대학교), ‘전통의약엑스포를 통한 동의보감 목판본 활용방안’ 박태갑(산청선비문화연구원), 종합토론 등에 이어 전북대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동의보감 완영판을 직접 참관했다. 또 2부 기록문화 체험으로 완판본문화관 전시 투어, 동의보감 기록문화 체험 등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