惠庵 저서의 도교적 색채에 대한 고찰

임상 한의사 3인이 연구한 황도순, 황도연(79)

2021-04-03     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Ⅰ. 서론

필자는 지금까지 惠庵의 저서와 그와 관련된 자료를 이모저모 살펴본 결과 惠庵 저서에 도교적 색채가 많이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이미 발표된 필자의 원고 속에서 惠庵과 관련된 여러 사항을 復棋하면서 惠庵의 저서에 나타난 도교적 색채에 대해 연구한 바를 밝히고자 한다. 다만 지면 관계상 기존 원고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참고문헌은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Ⅱ. 본론

1. <燕行日記>

<燕行日記>에는 惠庵이 燕行 중 文昌帝君과 文明帝君을 보고 온 기록이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城東有文昌閣, 其右有文明閣, (……) 文昌閣, 自閣中緣紅梯而上樓, 文昌帝君儼然端坐, 左右侍臣, 四位陪立, 容貌皆溫潤君子也. 文明閣, 亦自閣中緣紅梯而上樓, 文明帝君以明俊豪氣之像, 右手執一大筆, 若有揮畵之意也. 左右侍像, 亦皆有奮勇明轍之氣. 此縣素多文名之士, 人物皆 淸秀美麗, 豈非文昌星所照而然歟.”

2. <本草附方便覽>

<本草附方便覽>의 目錄에는 “共計二十八集 每集俱列字號”라고 되어 있는데 卷一 無集부터 卷二十八 生集까지 卷名을 열거하면 그 자체로 詩句가 된다. 즉 “無恒人不可以作, 有志者分明竟成, 性與天元非二, 致心依道只是俱生”의 詩句를 통해 惠庵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즉 “無恒人不可以作”은 <論語> 子路에서, “有志者分明竟成”은 <後漢書> 耿弇列傳에서 인용한 것이나, “性與天元非二”와 “致心依道只是俱生”은 도교 경전인 <歷世真仙體道通鑑>에서 援用한 것으로 보인다.

3. <醫宗損益>

1) 贊化堂 藏書印의 魁星像

魁星은 북두칠성의 국자 머리 부분의 별 4개를 이르는 말인데, 문장과 학문을 주관하는 奎星의 별칭으로도 쓰였다. 贊化堂 藏書印의 圖像은 魁星像을 나타낸다.

2) 贊化

贊化堂의 “贊化”는 <中庸>과 <周易>에 나온다. <景岳全書>에 나오는 처방 중 贊化血餘丹과 大補元煎은 贊化와 연관이 있는데, 모두 <醫宗損益>에도 수록되어 있다.

3) 太上老君과 急急如律令

<醫宗損益> 卷之十二 亥集 小兒門 痘瘡預防의 內局消毒保嬰丹에 太上老君과 急急如律令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保元}未經痘者, 每春分ㆍ秋分時, 服一丸, 痘毒能漸消化. (……) 合時向太陽祝藥曰, 神仙眞藥, 體合自然, 嬰兒呑服, 天地齊年, 吾奉 太上老君, 急急如律令勅. 一氣七遍.”.

4) 九龍符

<醫宗損益> 卷之九 申集 瘟疫門 不傳染法에 九龍符가 나오는데, 이와 관련된 설명은 다음과 같다. “入病家, 右手中指書次字, 又空書九龍符〚秘笈〛”.

5) 太乙

<醫宗損益>에는 ‘太乙’이 들어간 처방 이름이 여럿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太乙紫金丹(卷之九 邪崇), 內局太乙紫金丹(卷之十 解毒), 內局神仙太乙膏(卷之十 雜方), 太乙散(卷之十二 胎驚癎風).

그림 1. 道德天尊太上老君

 

Ⅲ. 고찰

惠庵의 사상이 도교적 색채를 띠는지를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윤찬원1)은 도교의 기본적인 신앙은 다신교이지만, 중심이 되는 신으로서는 초기에는 노자를 신격화한 老君이나 太上老君이 있고, 6세기경부터는 우주의 도를 신격화한 太上道君이나 元始天尊이 있다고 하였다. 이 외에도 상업의 신 關帝, 학문의 신 文昌帝君 등도 도교의 신들로 간주되기도 하나, 이러한 신들은 민간신앙에서 받드는 신이 도교화된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구보 노리타다2)는 “문창제군과 괴성은 지식인들의 보다 직접적인 욕망이 반영되어 나타난 도교의 신이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燕行日記>에서 文昌帝君을 언급한 것이나 <醫宗損益>에서 太上老君을 언급한 사실, 贊化堂 藏書印의 魁星像 등은 惠庵의 사상에 대한 도교적 색채의 증거라 할 수 있다.

贊化에 대하여 성호준3)은 “조원찬화(助元贊化)․ 기사회생(起死回生)이라는 의학의 이상은 도가, 도교의 양생론(養生論)과 맥이 닿아 있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醫宗損益>에 나오는 贊化血餘丹과 大補元煎은 贊化와 연관되어 도교적 요소를 엿볼 수 있다.

<本草附方便覽>의 “性與天元非二”와 “致心依道只是俱生”은 <歷世眞仙體道通鑑>과 語句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惠庵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의 淵源을 찾을 수 있어 여기서 援用한 것으로 보인다. <歷世眞仙體道通鑑>에 언급된 내용은 <先天玄妙玉女太上聖母資傳仙道>와 <太上混元老子史略>에도 나온다.

太上老君(그림 1)4)은 “노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고, 太上은 “천제(天帝)의 아들, 즉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醫宗損益> 小兒門 痘瘡에는 “吾奉 太上老君, 急急如律令勅”이라고 나오는데 吾奉과 太上老君 사이에 空字가 있다. 이렇게 空字로 둔 것은 임금에 대한 避諱처럼 太上老君에 대한 敬畏 또는 恭敬의 표시로 생각되는데 惠庵은 太上老君을 공경하였음을 알 수 있다.

急急如律令은 盲人이 잡귀를 몰아낼 때 주문 끝에 외는 말로 원래는 중국 한나라 때 공문에 써서 몹시 급함의 뜻을 나타내던 말이다. <宜彙> 卷之三 眼目의 參目삼눈에 急急如律令과 유사한 精精如律令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東桃枝削作三稜, 書曰 某生某姓名某眼目, 精精如律令娑婆訶, 畢如是三面, 皆如是書, 揷於廁前人坐相對處.”. <宜彙>의 娑婆訶는 불교적 呪文이고 <醫宗損益>의 急急如律令은 도교적 주문인 것이다.

<無上秘要> 授洞眞上淸儀品에는 次安置案法으로 “一案盛經, 置丹靑二色巾中壇. 一案置中央, 安九龍. 五案具香火及綵鏡, 置五方.”이라고 나온다. 도교 정전의 하나인 <無上秘要>에 九龍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九龍符 또한 도교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醫宗損益> 催生符는 <東醫寶鑑>과 출처가 같은데 <東醫寶鑑>보다 7개의 催生符가 추가되어 있다. 그 이유는 추가된 催生符가 産難에 사용하는 3개와 胞衣不出에 사용하는 4개를 더 실은 것이므로 惠庵은 産難과 胞衣不出의 경우 催生符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符籍이 도교나 민간 신앙에서 악귀와 재앙을 물리치기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아 惠庵이 도교적 성향을 갖고 있어서 催生符를 더 추가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太乙은 천지 만물이 나고 이루어진 근원 또는 우주의 본체를 이르는 말이다. 太乙은 <太乙金華宗旨>나 <太乙元眞保命長生經>, <太乙火府奏告祈禳儀> 등 도교 경전 이름에서도 나올 정도이므로 <醫宗損益>에서 太乙이 들어간 처방을 여럿 기술한 것은 惠庵의 도교적 성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김남일5)은 <東醫寶鑑>이 도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인 精氣神을 의학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惠庵의 저서 중 특히 <醫宗損益>은 精氣神뿐만 아니라 다른 道家的 요소를 의학에 많이 채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의가보다 왜 惠庵의 저서에 도교적 색채가 많이 녹아 있는 것일까? 조선은 이전 시대의 도교나 불교가 자연스레 공존했지만, 유교적 이상사회 건설을 건국이념으로 삼은 터에 만일 惠庵이 근엄한 유학자였다면 도교의 신을 추앙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惠庵의 불우했던 성장과정이나 業醫 출신의 醫家라는 점을 볼 때 다른 醫家와 달리 저서에 도교적 색채를 담는 것이 더 용이했을 것이다.

향후 惠庵의 저서에 나타난 도교적 색채뿐만 아니라 道敎醫學과의 상관성에 대해서도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Ⅳ. 결론

惠庵의 저서에 나타난 도교적 색채에 대해 연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惠庵의 <燕行日記>에 보이는 文昌帝君과 文明帝君은 도교적 색채를 띠는 것이다.

2. <本草附方便覽>의 集目 중 “性與天元非二”와 “致心依道只是俱生”은 도교 경전인 <歷世真仙體道通鑑>에서 援用한 것으로 보인다.

3. <醫宗損益>에 나오는 贊化堂 藏書印의 魁星像, 贊化, 太上老君, 急急如律令, 九龍符, 太乙 등은 모두 도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

 

<참고문헌>

1. 윤찬원, 도교의 도장(道藏)과 불교의 대장경, 불교평론, 2009:11(2):69-86.

2. 구보 노리타다 지음, 이정환 옮김, 도교의 신과 신선이야기, 뿌리와 이파리, 2004:158-164.

3. 성호준, 儒醫 의학의 사상적 배경에 관한 이해,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2003:16(1):6-19.

4. 道德天尊太上老君

(https://lh6.googleusercontent.com/--WANaWUsBCQ/TWs7i54foyI/AAAAAAAAAxc/FpNG_T4Ty5w/s1600/02-15%25E5%25A4%25AA%25E4%25B8%258A%25E8%2580%2581%25E5%2590%259B.jpg).

5. 김남일, 東醫寶鑑의 몸 인식에 대한 一考察, 인문학연구, 2010:18:39-61.

 

한기춘·서정철·최순화 / mc맥한의원·우리경희한의원·보광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