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8> - 『性命圭旨』①

三聖이 한자리에, 유불선 養生의학

2021-01-23     안상우

도교 양생의학서 가운데 아름다운 책으로 손꼽히는 이 책은 저자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진 않다. 그러나 서문에 尹眞人의 제자가 펴냈다는 말이 적혀 있어 윤진인이라는 도인을 중심으로 비전되어 내려오던 도교양생 수련법을 기록한 기공양생서로 분류된다. 간행 시기는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서문에 밝혀진 작성 시기로 가늠해 볼 때, 대략 1615년 이전에 저술된 것으로 본다.

◇ 『성명규지』

서명인 『性命圭旨』는 본디 ‘性命雙修, 萬神圭旨’라는 전서명을 줄인 말로 정기신을 함께 수련하는 이른바 性命雙修의 방법을 강조한 수련서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성명이란 용어는 의학이던 유학이든 선도이든 고루 쓰이는 말인데, 다소 개념은 서로 다르다 하겠지만 상당히 귀에 익숙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圭旨’란 다소 생경한 명칭은 문자지식만으로는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다. 圭자를 破字해 보면 위아래로 흙토자[土]가 두 개 이어져 붙어 있는 형상인데, 사람의 몸 안에서 두 가지 토의 기운이 合一되어 생명을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이윤희 역주본, 해설)

본문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대목은 三聖圖인데, 뜻밖에도 공자와 노자, 그리고 석가모니가 한 자리에 앉아 미소를 띤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유교와 도교, 불교는 현실세계에서는 서로 반목하고 다툼을 계속해 왔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모두가 인간의 평화로운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본다. 이러한 전제로부터 유불선 합도의 의미를 이 그림 한 장에 담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미 예감할 수 있었겠지만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매우 세밀하게 그린 그림에 상세한 설명을 붙여 놓았기에 내단 수련에 처음 들어가는 입문자에게 알기 쉬운 안내서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元亨利貞으로 나누어진 전서 안에 무려 54폭에 달하는 그림이 수재되어 있는데, 각권의 중요한 대목마다 골고루 그림과 설명을 붙여놓았기에 초심자에게 훌륭한 해설서로 쓰일 수 있다.

그림의 장수도 그렇거니와 그림 속에 담겨진 세심한 표현과 풍부한 설명구절이 그림만 보아도 그 요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구성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그림솜씨가 아주 뛰어나고 생동감이 있으며,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내용까지 잘 드러내주고 있기에 도교문화 가운데 명대의 회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게 인정받고 있다.

당송시기를 거치면서 갖가지 폐단을 노정했던 도교는 유교가 국가치세의 도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잡음에 따라 명대에 이르러 핍박을 받아 쇠퇴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도교의 여러 가지 술법 가운데 미신적이고 혹세무민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부주법이나 외단, 초풍환우 같은 방법들은 차차 도태되고 양생법 가운데 비교적 합리적이고 이해 가능한 것들만 의학에 수용되었다.

도가 내부에서도 복잡한 이론체계를 재정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문장으로 가득 찬 丹經道書들을 당대의 지식과 용어를 사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불교의 교리를 흡수하여 보다 쉽고 시대상에 맞게 해설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도교의 시대적 변화상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한 대표적인 저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다른 어떤 도가서에 비해 유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였는데, 본문 곳곳에 四書와 공맹의 가르침을 자주 언급함으로써 유불선 三敎一致의 원리를 실제 수행법에 적용시키고자 부심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