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된다는 건 또 다른 출발선…다양한 선배들 통해 질문 던져”

‘대신 만나드립니다’ 운영하는 김명선, 이민정 학생

2017-07-27     김춘호 기자

글을 통해 누군가는 알지 못했던 선택지 발견 할 수 있을 것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4년째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인 한의대생 두 명이 있다. 경희대 한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명선, 이민정 학생은 진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에 진출해있는 선배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고, 이를 통해 그 길을 가기까지의 고민들, 달리다 만난 장애물들을 솔직하게 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 결과물로 ‘대신 만나드립니다’를 타이틀로 한 SNS 페이지를 개설했다. 지역과 국경을 안 가리고 선배들을 대신 만나주고 있는 그들을 민족의학신문이 독자들 ‘대신’ 만나봤다. 

◇대신 만나드립니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왼쪽부터)김명선, 이민정 학생. <사진=전예진 기자>

 

▶‘대신 만나드립니다’ 페이지 개설이유는 무엇인가.
한의대에 진학했다고 하면 진로가 다 정해져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편견이 많았다. 그러나 한의대를 나와서 한의사가 되는 건 내가 출발선에 설 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고 달리기는 또 다른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길이 많고, 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한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있는 선배들을 만나고, 만난 분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누군가는 글을 읽다 알지 못했던 선택지를 발견하고 그 길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할분담은 어떻게 돼 있나. 
처음에는 기사 작성과 카드뉴스 및 배너제작 등으로 분야를 나눴으나 시간이 갈수록 일당백이 되고 있다. 때문에 서로 배우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민정이 글을 써오면 김명선이 다듬어주고, 또 반대로 기사 작성을 맡은 김명선이 ppt 등을 만들면 이민정이 고쳐주고 있다. 또 최근 유능한 후배가 합류하면서 동영상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인터뷰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템 발굴은 어떻게 하나.
우리가 흥미로운 것, 뵙고 싶었던 선배들을 대상으로 만난다. 또 인터뷰 진행 시 마지막 질문으로 다음에 만날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지방 및 해외로도 다니는데 운영은 어떻게 하나. 
운영진 사비로 하고 있다. 대신 만나드리는 선배가 광주광역시에 있든, 해외에 있든 말이다. 얼마 전 독일 제네바 WHO본부에 근무하는 안상영 기술관을 만나면서 예산이 모두 소진됐다. 경희대에는 ‘경희 꿈 도전’ 장학금 제도가 있는데 이번에 그걸 받게 돼 KOMSTA가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인터뷰도 하고 잠시나마 의료봉사에도 참가 할 수 있게 됐다. 예산확보를 위해 직접 만든 엽서를 판매하기도 하는 등 열심히 사방으로 뛰고 있다. 

▶여러 선배들을 만났는데 기억에 남는 선배가 있다면.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에 근무하는 배수현 선배님을 만났다. 여러 좋은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인터뷰 말미에 “내가 학부시절에 이렇게 다른 분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땐 막막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다른 학생들에게 우리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또 그 선배님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던 것 같아 감사했다. 막막하지만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인터뷰를 위해 선배들께 연락하면 잘 받아주나. 
처음엔 많이 거절하셨다. 연락처를 알아내 무작정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는 등 무모하게 접근하기도 했고, 노출을 꺼려하시는 선배들도 계셨다. 기억에 남는 건 카자흐스탄에 한의원이 개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련해서 만나고 싶어 인터넷을 뒤지니 병원 홈페이지가 카자흐어였다. 꼭 진행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구글번역기로 일일이 번역한 끝에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대신해서 만나 볼 사람은 누구인가.
다음번에는 이춘재 콤스타 단장님이다. 그 다음엔 팟캐스트에서 경전 읽어주는 남자를 운영하는 한의대 본과 4년생이다. 그리고 카자흐스칸 등에서 진료하는 원장님들도 만날 것이고 한약진흥재단의 박민정 연구원도 만날 예정이다. 
 

▶현재 본과 3학년이다. 졸업 후에도 계속 운영할 것인가.
계속 운영하고 싶다. 후배들도 양성하고 싶어서 향후에는 기수제로 활동하게끔 할 것이다. 연구나 임상 등 관심사가 각각 다르니 이에 대한 기반도 다지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후배들은 사비가 안 들게끔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