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 ‘몸조리’ 어떻게 해야 하나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유산 후 관리 클리닉’ 3개월 관리프로그램 운영

2017-06-09     전예진 기자

 

한국 여성 10명중 2명 자연유산, 다음 임신 위해 체계적 치료 필요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출산 후 몸조리에 대한 중요성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국민 누구에게나 3개월 출산휴가가 보장되어 있고, 출산후 산후조리원은 필수코스처럼 되어있다. 하지만 유산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평상시처럼 집안일과 직장업무로 몸조리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 힘들다. 유산은 습관성 유산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고, 출산 후 생긴다고 알려진 산후풍은 유산후에도 올 수 있어 체계적 치료가 필요하다. 
 
박경선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부인과 교수는 “출산뿐만 아니라 유산 후에도 조리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냉감, 관절통, 땀이 멎지 않는 증상 등 산후풍 증상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유산을 익지 않은 밤송이의 껍질을 억지로 깐 것에 비유했듯이 유산했을 때는 일반적인 출산보다 10배나 더 잘 조리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명 중 2명 유산, 건강한 임신계획 필요

임신 20주 이전에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심박동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자연유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자연유산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 면역학적 요인, 호르몬 이상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절박유산은 출혈을 보인 뒤 아랫배가 아프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반면 계류유산은 태아의 성장은 정지되지만 임산부는 출혈이나 이상증상이 거의 없고 입덧도 그대로 하는 경우가 있어 태아의 잔류물로 인하여 출혈, 염증, 자궁손상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박경선 교수는 “한국 여성의 자연유산율은 약 22%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회 이상 유산 경험 여성이 다시 유산할 확률은 25~30%에 이른다”며 “유산 후 다음 임신의 성공률과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공급과 적극적인 치료 등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치료 통해 다음 임신 준비

유산 후 몸을 회복시켜 다음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여성건강클리닉에서는 이를 돕기 위한 ‘유산 후 한방관리 프로그램’을 총 3단계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어혈치료를 진행한다. 자궁 내 잔류물과 체내의 어혈을 제거하기 위해 당귀, 천궁, 포황 등이 포함된 생화탕 계열을 복용하게 되며,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3-5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유산 후 허약해진 기혈을 보하여 회복을 도와주고 관절통, 피로감 등 유산 후 후유증을 치료위해 몸조리를 한다. 일반적으로 4-6주 정도가 소요되며 배란이 회복되어 첫 생리가 있기 전까지의 기간에 해당한다. 유산 당시 임신주수나 환자 체질에 따라 궁귀조혈음(숙지황, 익모초, 향부자 등), 보허탕(택란, 당귀, 산약 등) 등의 처방을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에서는 다음 임신을 위한 준비를 한다. 유산 후에는 염증을 예방하고 자궁이 충분히 회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하여 3개월 정도의 피임기간을 갖는 것이 좋은데, 이 기간 동안 다음 임신을 위해 충분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매월 생리시작부터 배란기 직전까지에 해당하는 난포기(약 14일)동안 배란과 착상에 유리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온경탕(맥문동, 당귀, 인삼 등), 조경종옥탕(숙지황, 향부자, 현호색 등), 육린주(숙지황, 토사자, 두충 등) 등의 한약처방과 함께 침, 뜸 등의 치료를 병행한다. 
 
한편 임산부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되는 국민행복카드(구. 고운맘카드)는 유산 후 몸조리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병원, 한방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 유산 후 회복을 위한 생활 가이드
 
- 담담한 단백질(소고기, 전복 등) 위주의 음식 섭취하기
- 과일, 야채 등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하기
- 혈액을 맑게 해주는 미역 등의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기
- 찬물이나 차가운 바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 수술부위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탕목욕은 1개월 정도 피하기
- 유산 후 자궁의 충분한 회복을 위하여 3개월간 피임하기
- 관절에 무리가 될 수 있는 격한 운동이나 활동 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