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자연의 모습, 자연의 소리; 자연 표본과 관람객 간의 대화

세계자연사박물관

2016-07-22     김홍균


여름이다. 한 여름에 가장 많이 가는 휴가철이 다가왔다. 시원한 바다와 계곡에 몸담을 수 있는 휴가는 그래서 몸과 마음을 씻어주고 휴식을 주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인간이 휴식을 취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자연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는 구태여 휴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창진 지음
시그마프레스 간행

하지만, 그 자연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변화하고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이런 휴가 때에 살펴보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사 박물관은 한 번쯤 찾아보아야 하는 온 가족의 커다란 공부가 될 것이며, 우리가 살아온 지구의 참 모습을 눈으로 생생하게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계자연사박물관>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박물관도 적은데다가 자연사박물관은 더할 나위 없이 적기 때문에 대개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아니, 자연사란 말 자체도 일상에서 들어보기 어려운 단어이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연사(自然史;Natural History)란 자연의 특성, 분포, 변화, 발달을 기재하고 해석하는 학문으로 지구과학, 생물학, 고고인류학을 모체로 한 통합과학이이라고 정의된다.(11쪽) 한마디로 지구가 태어나서 현재까지의 모든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러기에 학문적 접근 자체도 자연과학의 통합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전공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여서 이들 전공자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그저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하고 나면 커다란 공룡만 기억하고 아무 것도 머리에 남기지 않지만, 미세한 박테리아에서부터 온갖 동물, 식물, 광물 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세밀히 관찰하고 사색하며 인류가 생성하고 발전하는 바탕에 무엇이 있어왔는지 충분히 음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각국의 자연사박물관은 왜 그토록 경쟁적으로 세워지고 관리되고 있는지 생각해볼만 하다. 순수하게 자연사박물관으로 분류된 한국의 자연사박물관 수는 겨우 18개밖에 되지 않아 세계 100위권 밖의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최근 20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질적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자연사박물관도 없고, 연구에 몰두할 수도 없고, 연구원도 태부족이며, 예산도 없다.

열악하고 심각하며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외형적으로 커다랗게 마련된 몇몇 자연사 박물관을 이번 여름엔 찾아가보자. 그래서 한의학이 왜 이런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한의학의 바탕과 재료가 되는 본초, 침구는 이런 자연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그리하여 자연사를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어떻게 한의학과 연계가 되는지 고찰해보자. 우리가 쓰는 약재 가운데 식물과 동물, 그리고 광물은 어떠한 발전을 거쳐 왔고, 그것들의 생명활동이 우주의 별과는 어떻게 연계되고, 지층변화에 따른 암석의 작용이 어떻게 식물의 생장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아보자.

이 책이 세계의 자연사박물관을 다루다보니 국내의 자연사박물관 소개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세계를 보고 우리나라를 알아보는 것도 순서상 괜찮을 것도 같다.

아무튼 한의학 이전의 한의학과, 의학사 이전의 의학사가 이를 통해 확장되었으면 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자연사와 의학사가 그리 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값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