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마음에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김지용의 ‘척추관절보감’ <17> 마음 챙김으로 통증 다스리기

2016-01-22     김지용

심리적 요소가 통증에 영향을 줘
자신에게 해로운 거라면 기억해야
마음 챙김 위한 공식적 수련은 명상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장소 찾는 것부터


김 지 용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최근 캐나다 의사인 재키 가드너가 쓴 ‘마음 챙김으로 통증 다스리기’라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마음을 챙기기는 쉽지 않지요. 마음의 문제는 비단 마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육체의 문제까지 연결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통증은 진통제로도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요.

“내가 치료한 환자 가운데 강력한 진통제 덕분에 직장으로 복귀하게 되거나, 신체 기능이 좋아지거나, 삶의 질이 개선된 사람은 내가 원하는 만큼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사용 빈도 감소로 근육이 약해지고 그 결과, 관절과 허리에 충분한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고 또한 생활 습관도 악화되기 마련이었다.”

“진통제는 반창고와 같다. 약해진 생활 습관에 다시 힘을 불어넣고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유용할 뿐이다. 그렇지 않고 너무 많이 또한 너무 조급하게 사용한다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처를 안 보이게 동여매어 더 심한 수준으로 덧나게 할 수 있다. 게다가 예민한 체질인 사람들은 진통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한 뒤 새로운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강력한 진통제가 고칠 수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만성 통증을 경험하는 환자들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이런 심신의학적 통증, 정신과 신체의 연관성에 대해서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환자가 꾀병을 부리거나 통증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하지요.

“만성 통증 환자는 아주 많은 경우 ‘당신의 고통은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입니다’라는 의사의 태도를 경험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건강관리 전문가의 의견을 주로 따르는 장애연금 취급기관 역시 만성통증을 겪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분노, 좌절감, 고민 수준을 더욱 증가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은 만성통증 환자를 치료하기보다는 차라리 다리 골절 환자를 맡는 것이다.”

이런 통증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은 고쳐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 블로그(spinepain.co.kr)의 카테고리 중에서 ‘한방재활 개론 - 통증 과학’에 있는 내용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환자들은 마음에서 통증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꾀병이 아니라 실제 통증입니다.

심리적 요소가 통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음 챙김을 하라고 하는데, 과연 마음 챙김이란 무엇일까요?

“마음 챙김은 그 어떤 판단도 배제한 채 현재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 생겨나는 인식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아주 많은 경험을 한다. 그 가운데에는 유쾌하거나 불쾌한 것도 있고, 일상적인 것이나 색다른 것도 있고, 개인의 생각, 감정과 관련된 것이나 외부에서 발생한 것도 있다.”

“마음 챙김이란 매 순간 일어나는 경험을 어떤 꾸밈이나 덧칠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좋고, 나쁨이나 바람직함이나 바람직하지 않음을 판단하지 않는 순수한 인식이 바로 마음 챙김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 평가하는 행위는 마음의 변화를 만들고, 이는 통증을 더 심하게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초기에는 어느 심리적 변화가 나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지 알 수 없지요. 초기에는 통증을 심하게 만드는 마음의 변화들을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런 기록을 통해 자신에게 해로운 것이라면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판단은 부지불식간에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아무리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고 해도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모습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기 모습을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모습조차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만성통증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러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삶이 주는 고통에 민감합니다. 작은 신호들마저도 잡아내서 판단하고 예측합니다. 판단 후에 생기는 감정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합니다. 신체 회복을 위한 에너지 역시 말이지요.

마음 챙김을 위한 공식적인 수련은 무엇일까요? 바로 명상입니다. 명상의 시간을 통해 본인의 현재 통증 상태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종의 삶에 대하여 객관화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머리 속에 코끼리만 맴돌게 됩니다. 반대로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자 하면 온갖 잡생각이 다시 머리 속에서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당히 집중할 만한 것을 머리 속에 의식적으로 집중하게 합니다. 그러면 집중을 방해하는 잡생각들은 호흡이나 촛불과 같이 집중 대상의 외부에 남겨지는 것을 노리는 것이지요.

이 중에 특히 호흡은 쉽게 적용할 수도 있고, 횡격막의 기능을 향상시켜서 코어의 회복에도 도움을 줍니다. 의식적인 호흡을 통해서 호흡을 제외한 나머지 생각을 머리 속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이런 것을 명상 수련이라고 합니다.

명상은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하루 중에 어떤 시간이라도 좋습니다. 특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5분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힘들다면 1~2분에서 천천히 늘려가는 것도 좋습니다. 20~30분 정도까지만 늘려도 통증에 도움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편한 옷과 편한 자세로 시작합니다. 허리 통증이나 목의 통증이 있는 환자들은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누워서 시작합니다. 바로 누워 있는 것이 힘들다면 의자나 침대 위에 간단히 발을 올려놓아서 허리가 편안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 호흡을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호흡에 그저 집중을 해서 본인이 하고 있는 호흡 그대로 집중을 하면 됩니다.

만약 가만히 있는 것이 불안하다면 걷기 명상을 해도 됩니다. 힘들었던 과거, 스스로에 대한 자기연민, 외부와 환경에 대한 분노들이 자꾸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살짝 걸으면서 명상을 하도록 합니다. 호흡과 걸음, 신체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다보면 가만히 있을 때보다 마음 챙김의 상태가 되기 더 쉬울 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지쳐 있고 마음에 병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 챙김을 통해 진정으로 환자들이 통증에서 벗어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