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잃은 그녀…새로운 인생 찾을 수 있을까?
영화 읽기 | 블루 재스민
2014-03-27 황보성진
사업가 할(알렉 볼드윈)과의 결혼으로 부와 사랑을 모두 가지게 된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뉴욕 햄튼에 위치한 고급 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맨해튼 5번가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는 상위 1%이다. 하지만 할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산산조각 난다. 결혼생활을 끝내버리고 빈털터리가 된 재스민은 여동생 진저(샐리 호킨스)에게 신세를 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오른다. 명품샵 하나 없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그녀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고, 진저와 루저 같아 보이는 그녀의 남자친구 칠리가 불편하다.
영화는 비행기 안에서 옆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얘기를 하는 재스민으로부터 시작한다. 곧 관객은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영화는 서서히 왜 그녀가 그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준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인 ‘왕가네 식구들’에서 첫째 딸이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파산한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듯이 ‘블루 재스민’에서 재스민도 비슷한 상황이다. 엄청난 부와 가족을 한순간에 잃고 난 후 그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스민의 모습을 케이트 블란쳇이 너무나 리얼하게 연기하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극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장면에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와 우리 모두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는 그녀가 잘 되기를 기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녀의 망상보다는 현실을 선택하고,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어떤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그녀의 극과 극으로 선택되어진 삶의 곁에는 ‘블루문’이라는 음악이 항상 같이 하면서 아련하게 가슴 한 구석에 이 영화가 남는 것을 보니 필자도 우디 알렌 감독의 세월에 익숙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또한 다양한 정신세계를 오가는 재스민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웬만한 내공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본다.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에 혹여 인생의 공허함을 느낀다면 한 번 정도 볼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현재를 즐기시길 기원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