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그녀들의 인생절정 이야기
영화 읽기 | 관능의 법칙
2014-02-13 황보성진
케이블 TV 예능국 PD인 신혜(엄정화)는 사내에서 비밀리에 사귀어왔던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상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외주제작사 PD인 연하남 현승(이재윤)과 충동적인 원나잇을 하게 되고, 이후로 현승의 애정공세를 받고 다시금 두근거림을 느낀다. 미연(문소리)은 남편에게 여자로서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주부로서 남편과 1주일에 세 번은 잠자리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남편 재호(이성민)가 자신의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 비아그라를 먹으면서까지 고군분투하는 사실을 모른다. 해영(조민수)은 딸의 눈치를 보며 연애하는 싱글맘. 남자친구 성재(이경영)와의 결혼을 원하지만 눈치 없이 집에 붙어사는 큰 딸과 결혼을 원치 않는 성재로 인해 섭섭함을 느낀다.
2003년 ‘싱글즈’로 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들 그렸던 권칠인 감독이 10여 년 후 40대 여성들의 이야기인 ‘관능의 법칙’으로 관객을 다시 만나고 있다. 일단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섹스 앤 더 시티’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지만 주된 내용은 한국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2012년 제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영화화한 ‘관능의 법칙’은 야릇하면서도 재미있는 찰진 대사들로써 누군가에게는 공감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판타지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영화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그녀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하다. 거기다가 연기 잘하기로 손꼽히는 여배우가 3명이나 함께 나오기 때문에 일단 믿고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화끈함 속에서 뭔가 밋밋함이 느껴지고, 40대 여성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단순히 ‘아줌마’라는 호칭으로 불리워지기만 했던 세대의 속내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 위주의 한국 영화 시장에 여성 영화의 작은 효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