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운명, 이 얼굴 안에 있소이다
영화읽기 | 관상
2013-09-12 황보성진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은 처남 팽헌(조정석)과 아들 진형(이종석)과 함께 산속에 칩거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관상 보는 기생인 연홍(김혜수)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하게 되고,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 후 용한 관상쟁이로 한양 바닥에 소문이 돌던 무렵, 내경은 김종서(백윤식)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게 되고,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관상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았던 계유정난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을 연계한 팩션 형식의 영화인 ‘관상’은 초반부의 경쾌함이 영화가 시작된 지 한 시간 후에 수양대군이 등장하면서부터 진지해진다. 그러나 자칫 영화가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로 출연했던 조정석과 송강호 콤비의 활약으로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전해주면서 극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사극영화답게 배우들의 의상에서부터 세트 공간 등에도 세세하게 신경 쓰면서 멋진 영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 결정되어져 있는 역사적 결말 속에서 이야기가 방향성을 잃고 있으며, 2시간2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또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부분들을 출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커버하고는 있지만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영화인 ‘관상’을 통해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족들의 얼굴을 관상학적으로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즐거운 추석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즐거운 추석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