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기다린 멈출 수 없는 반란이 시작된다
영화읽기 | 설국열차
2013-08-01 황보성진
특히 ‘설국열차’는 한국과 미국, 영국 등 국적 불문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등 마치 여러 나라와 합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각본, 연출, 제작, 투자/배급까지 모두 한국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미국에서는 저예산 축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대인 약 43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으며, 개봉 전에 세계 167개국에 판매되어 제작비의 절반을 회수하기도 했다.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과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등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그래서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하여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하고자 기차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를 깨운다.
봉준호 감독은 우연히 보게 된 프랑스 만화인 ‘설국열차’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화를 그대로 영화화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의 색깔을 더해 각색하여 지금의 ‘설국열차’가 탄생했는데, 사실 이 영화는 완성도면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누어질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답답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액션과 코믹을 버무려서 멋지게 표현하고 있고, 해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지만 한국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을 읽으면서 봐야하는 우리나라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사뭇 궁금하다. ‘괴물’에서 부녀지간으로 출연했던 송강호와 고아성이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면서 연기대결을 보여주는 ‘설국열차’가 영화 속 설국열차처럼 전 세계를 향해 순항할 수 있길 기원해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