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막걸리 시장의 어려움에서 배워야 할 점
사실 막걸리 열풍을 소개할 때도 약간 아쉬웠던 것이 대부분 수출이 일본에 의지한다는 점이었다. 지금 막걸리 산업의 위기도 결국 일본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엔저나 한일관계 악화라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 일본 내 주류문화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저알코올 칵테일이나 무알코올 음료가 핫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막걸리 열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결국 저변 확대에 실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사이 대기업이 뛰어들고 새로운 용기를 사용하고 여러 가지 제품이 선보였지만 결국은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술과 관련해서 다른 외신 기사를 보면 재밌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프랑스 내 와인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까지 성인 절반 이상이 규칙적으로 와인을 마셨던 것에 비하면 최근 그 비율이 17%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프랑스 신세대 대부분이 와인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전체 소비량도 예전의 1/4수준이라고 한다. 비단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도 이런 추세라고 한다. 와인이 고급화전략으로 사치품 성격이 강해진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식습관의 변화라고 한다. 젊은 세대가 과거의 프랑스식 식사보다는 간단한 식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와인을 같이 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와인 대신 탄산수나 주스의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와인은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적이라고 봐야하기 때문에 몇 년간의 특수를 누린 막걸리와 비교불가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연관된 문화와 트렌드를 선도해야 된다는 점에서는 두가지 사례 모두 한의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방 의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혀왔던 것이 전통이다. 동아시아 고유의 유산이자 한국 한의학만의 특성을 살린 전통이야말로 여태까지 양방과 다른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세대가 변하고 생활환경이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이 장점 역시 영원할 수는 없다. 실제로 최근 한약에 대한 인식 악화는 기존의 전통적 장점만을 강조한 나머지 시대 조류와 동떨어진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측면이 크다.
의료도 결국 서비스상품이라는 측면에서 한방 의료가 추구하고 선도해야 할 트렌드는 결국 질병이다. 개인 증상의 특성을 변증해서 치료하는 것도 역시 한방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질병명에 대해서 소홀히 하거나 명확한 인식이 없다면 환자를 잘 치료하고도 뭘 고쳤는지 모르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기게 된다. 건강검진이 일상화된 요즘 트렌드에 질병명에 대한 선점 없이는 한방의료 영역의 지속적 개척은 존재하기 힘들다. KCD(Korean Standard Classifi cation of Diseases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도입하면서 질병명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더 커졌다.
앞으로 각종 학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협회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도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질병을 계속 발굴해내야 한다. 그래야 한방의료가 근골격계 위주로 국한되는 왜곡을 막을 수 있고 내과 및 기타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치료로 국민 건강에 더 이바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