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84) - 「金光明經」①
高麗大藏經에 담겨진 인도의학
「金光明經」은 고대 中印度지역의 굽타왕조 시대에 나온 것으로서 대략 4세기 전후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梵本이 남아있는 진귀한 고대 불교경전이다. 이 책에는 재앙을 쫓고 복을 불러들이며, 왕권강화를 뒷받침해주는 내용이 실려 있어 역대 왕조에서 매우 중요시하였기 때문에 漢文, 西藏語, 回??, 滿洲, 蒙古語 등으로 번역되어 아시아 전역에 걸쳐 널리 유포되었다.
특히 隋唐시대 중국 불교에 크게 영향을 미쳐 여러 가지 번역본이 나왔으나 고판본은 대부분 망실되었으며, 현존하는 것은 北凉 曇無讖의 「金光明經」, 隋代 寶貴의 「合部金光明經」, 唐代 義淨의 「金光明最勝王經」이다. 이 세 가지 譯本은 모두 「高麗大藏經」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이 고대 경전은 본문 중에 金鼓에 관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金鼓經」이라고도 불리는데, 신라시대 元曉(617-686)가 풀이한 「金光明經??」가 전해진다. 또 李奎報의 「東國李相國集」에서 ‘金經’이라고 언급한 것도 역시 이것을 지칭하는 것이며, ‘金剛明經’이라는 異名으로도 불린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7세기 무렵으로 추정되며, 8세기에 이르러서는 신라승들에 의해 3가지 譯本이 모두 활발하게 연구되었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佛典을 단지 종교서적 또는 주술서로 오인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이 경전에는 불교의 本質문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실천문제, 국가 차원의 敎化에 관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救病品」과 「流水長者子品」에는 사회복지와 양생법 그리고 치료법이 기술되어 있다.
經典 즉 불전이란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후 부처의 뜻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제자들이 모여서 부처가 생전에 설파한 가르침을 편집하여 정리한 것이다. 불교경전 속에는 문학, 법률, 예술 그리고 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것은 붓다의 생애 약 45년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된 포교활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 일본의 불경학자는 경전을 ‘하나의 종교문학으로서, 또는 철학서로서 가지각색의 내용을 구비했을 뿐 아니라, 그 위에 교훈, 설화, 우스운 이야기를 비롯하여 역사, 지리, 민속, 습관 등 인간생활의 모든 면에 걸쳐서 이만큼 변화가 풍부한 문헌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불교경전 속에 보이는 의약에 관한 내용만 간추려도 당대 佛敎醫學의 면모를 어렴풋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불교경전 가운데 의학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을 찾아보면, 八萬大藏經 가운데서도 「금광명경」을 비롯하여 「金光明最勝王經」, 「佛說呪時氣病論」, 「佛說呪小兒病」, 「佛說呪齒經」, 「佛說呪目經」, 「療持病經」, 「佛醫經」, 「除一體疾病陀羅尼經」 등 수 많은 佛醫經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의방유취」에 인용되어 있는 「천금방」,「성혜방」,「왕씨집험방」 등에서는 의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반드시 불교의 가르침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釋繼洪의 「澹療方」등 불교의학의 내용을 직접 기술한 서적도 포함되어 있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그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천금방」에 담겨진 불교의학적 요소를 분석한데 이어 본격적으로 불교경전의 의학적 특성에 대한 논구가 발표되었다. 석탄일을 앞두고 관련 연구가 지속되어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불교의학의 면모가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해 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