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세 남자가 가고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2013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영화계는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 연속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고,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되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에 두 편의 영화가 천만관객을 돌파했던 한국영화계이기에 그 여세를 몰아 올해도 큰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또 한 편의 묵직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막바지 겨울 영화흥행 라인업에 참여하게 된다. 자칫 백화점 이름과 혼동할 수 있지만 주인공들이 각자 꿈꾸는 새로운 세계라는 의미의 제목인 ‘신세계’는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이라는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는 점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갈 정도로 개봉 이전부터 많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조폭 조직에 잠입한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2002년에 개봉했던 홍콩영화 ‘무간도’와 흡사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의 시나리오를 썼던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기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조폭 영화들 속 조직원들이 깍두기 머리에 문신을 하고 금목걸이를 하고 나왔던 것과 다르게 기업형 조직원이라는 설정을 갖고 대기업 직원들처럼 조폭들을 스마트한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로서 2012년 한국영화 흥행기에 정점에 있었던 세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여서 자신의 연기력을 한껏 발산한다는 점 또한 영화 관람의 포인트이다. 특히 ‘달콤한 인생’ 이후 조폭 연기에 재도전한 황정민의 연기는 진짜 살아있다. 거기에 조연 박성웅까지 더해지면서 ‘신세계’는 남자들의 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클로즈업과 줌인, 줌아웃 등의 촬영기법이 영화를 보는 동안 약간 거슬릴 수도 있지만 ‘신세계’는 주인공 각자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꿈꾸는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선과 악의 구분조차 애매하게 만들며 관객들에게 영화를 끝까지 집중하면서 볼 수 있는 긴장감을 부여해주고 있다. 과연 개봉 전부터 호평 일색인 ‘신세계’가 개봉 후 한국영화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