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 이해하기(2)

2012-10-25     김창업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은 유전자(genes), 단백질(proteins)과 같은 구성성분 각각이 아니라 이들이 모였을 때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가를 연구하며, 이를 통하여 시스템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림 1>에서 나타내는 바와 같이 기존의 환원적 접근에선 요소 자체에 대한 정보에 집중하며 요소들이 이루는 시공간적 관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반면 시스템 생물학에선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시공간의 맥락 속에 이해하는 것이죠.
생물학(biology)의 큰 범주 내에 시스템 생물학의 위치를 대략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림 2> 참조
그림에서 보면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DNA의 염기서열(sequence)이 보이고 그 위에 단백질과 같은 분자들의 구조(structure), 그리고 이런 분자들 각각의 기능(function)에 대한 지식이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복잡성은 증가하죠.
시스템 생물학은 그 윗 단계인 네트워크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서 네트워크란 ‘세포내 네트워크(intracellular network)’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윗 단계엔 여러 세포와 조직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내는 대사과정(metabolism)이 있고 이를 포괄하는 생리학(physiology), 그리고 하나의 생물(organism)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시스템 생물학의 범위입니다. 더 올라가면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종(species)에 대한 연구들이 있고, 최종적으로 생태계(ecosystem)까지 올라가죠.
이 위계구조(hierarchy)의 각각 단계에 해당하는 연구분야와 지식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미 잘 알고 있다시피 근현대 생물학의 폭발적인 발전은 피라미드 가장 아래 단계의 미시수준에 집중되어왔습니다. DNA의 구조를 밝히고 이들이 단백질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고, 이들의 생화학적 기능을 알 수 있게 된것이죠.
전체가 단순히 부분의 합이라는 환원주의적 믿음 하에선 이렇게 밝혀낸 하위레벨의 정보들을 그저 ‘모으면’ 그 ‘모음’에 해당하는 상위단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특정 유전자 → 특정 단백질→ 특정 기능’의 선형적 구조를 상정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라면 유전자의 기능을 모두 밝힘으로써 생리학적 기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었고,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로 올라감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는 ‘창발적 특성(emergent property)’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원래 알고자 했던 생명체(organism)의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스템 생물학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접근하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bottom up의 방법으로 하위단계의 지식을 토대로 상위단계를 설명해 올라가는 것입니다.
효소와 대사물질들, 신호분자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정량화하고 컴퓨터로 모델링함으로써 시스템 상에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 예측합니다. 궁극적으로 유전자, 단백질, 세포들의 전기적 성질 등의 실험 데이터들을 망라하여 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하여 가상 기관(virtual organ)을 만듭니다.
컴퓨터상에 존재하는 장기인 것이죠. 더 나아가선 이런 가상 기관을 모아서 가상 인간을 모델링할 수 있겠죠. 전통적으로 발전해온 시스템 생물학, 혹은 계산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이 주로 이러한 방법을 취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식은 top down 방식으로 반대방향으로부터 접근해 들어갑니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최종적인 아웃풋 데이터들을 얻고, 이 정보로부터 구체적인 작동방식을 설명해 들어갑니다.
21세기 접어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룬 대용량 정보 획득기술(high throughput technology)과 수학, 물리학에서 발전한 새로운 과학분야인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 덕분에 이러한 방식의 연구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세포, 혹은 조직의 단백질 발현 정도를 한꺼번에 조사한 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요소간의 구체적 관계를 파악한다든가,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의 혈류변화 데이터를 이용하여 뇌 네트워크(brain network)를 구성하고 뇌의 영역들이 서로 공명(synchrony)하는 양상을 밝히는 것이죠. 이렇게 큰 스케일(large-scale)에서의 연결과 상호관계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들을 구성하는 각각의 대상(특정 단백질, 혹은 뇌 영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림 3>에 두 가지 방식이 비교, 요약되어있습니다.

 

 

김 창 업

제마나인 한의과학 게시판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http://www.zema9.com/hani_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