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31) -「秘傳十三方」

비밀전승 전통지식 활용하기

2012-04-05     안상우

 

「비전십삼방」

北宋代 「태평혜민화제국방」이 간행된 이후 여기에 수록된 처방들이 널리 퍼져 궁정과 민간에서 모두 쓰이게 되었다. 「화제국방」에 등재된 772방 가운데 오늘날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는 좋은 처방들이 많지만, 단 한 가지 흠이라면 가감활용이 어렵다는 것이 난점이었다.

그래서 후대로 내려오면서 많이 쓰이는 처방을 중심으로 증후별 가미법을 보완하여 만든 처방집이 유통되었는데, 「加減靈秘十八方」 「秘傳加減十三方」 등이 대개 이와 같은 부류의 처방서들이다. 이 책은 元代 徐文中(자 用和)이 꾸민 것이라고 전해지지만 초사본 이외에는 전본이 없고 이마저도 확인해 볼 수 없어 그가 원저자인지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문중이 펴낸 것은 「新刻官板秘傳加減十三方」이라는 서명으로 1413년(明 永樂11)에 간행되었다고 하는데, 또 다른 이름으로 「醫家秘傳隨身備用加減十三方」이란 긴 이름으로도 불린다. 수록한 처방은 모두 평소 가까이에 갖추어 두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통용방인 셈인데, 매 처방마다 증상에 따라 가감하여 응용하는 방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본서에 수재한 처방으로는 이진탕, 불환금정기산, 십신탕, 생료오적산, 삼소음, 향소산, 가감현무탕, 오령산, 사군자탕, 경험대금음자, 소시호탕, 오약순기산, 사물탕 등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폭 넓게 쓰인 주옥같은 명방 13수가 엄선되어 있다.

이 보다 좀 더 늦은 시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加減靈秘十八方」은 여기에 防風通聖散, 小續命湯, 平胃散, 理中湯, 甘桔湯 등 몇 가지 종류의 처방을 더한 것으로 조선 명종대에 安玹이 간행(1541년)한 「新刊京本活人心法」의 하권에 편입되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 고경의학자인 丹波元胤은 그의 대표작 「醫籍考」에서 이것은 서문중이 펴낸 것을 부연한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 책의 13방에 5방을 덧붙였다는 설명이다.

또 「四庫全書總目提要」에는 부록으로 보중익기탕 등 4가지 약방을 덧붙여 도합 22방이 수록되어 있으나 누구의 손에 의해 편입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하면서 「가감영비십팔방」을 교정하여 간행한 胡嗣廉이 추가로 편입한 것이 아닌가하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현전본의 부록에 수록된 香薷散, 椒豉元은 조선 朴英의 가감법이요, 황기탕은 安玹의 경험용법이니 이것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중국에선 잘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찾은 전본은 조선에서 초사하여 만든 소책자이다. 자세한 전승내력을 알아볼 수 없으나 처방명 아래 주치증을 적고 처방내용은 화제를 적을 때처럼 횡렬로 기재하여 찾아서 쓰기 쉽게 적어놓았다. 수록한 순서는 다소 다르게 되어 있으나 약방은 동일하며, 본문 다음에 諸病主藥편이 따로 정리돼 있어 임증 활용에 편리하게 응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비록 손바닥만한 紙本에 보리껍질을 엮어 묶은 소박한 簡易方書에 불과하나 물경 천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치면서 전해진 내력과 낡은 모습 속에 전통지식이 오늘로 이어지며 온축되어온 과정이 집약되어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