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파파

좌충우돌하는 가족들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2012-02-02     황보성진

 

감독 : 한지승
출연 : 박용우, 고아라, 다니엘 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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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한지승
출연 : 박용우, 고아라, 다니엘 헤니

일찌감치 설 연휴를 보내고, 따뜻했다, 추웠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겨울 날씨 속에서 본격적인 2012년 흑룡해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특히 설 연휴 동안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그동안 있었던 근심과 걱정을 떨쳐내고 긍정적인 기운을 받으며 올 한 해도 건승하시길 기원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가족은 비타민과 같은 활력소이자, 든든한 보약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가족에 대한 내용을 꼭 넣어야만 한다는 흥행의 법칙이 등장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가족의 개념은 예전처럼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혈연관계가 아니라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그로인해 다양한 구성원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가요계의 마이다스 손이었지만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버린 매니저 춘섭(박용우)은 시민권을 얻기 위해 위장 결혼을 하지만 결혼 당일 사고로 아내를 잃게 된다.

그러나 그 아내에게는 피부색이 다른 자녀가 6명이나 있고, 그 자녀들은 헤어지지 않기 위해 법적 보호자인 춘섭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결국 춘섭과 준(고아라)을 포함한 6명의 아이들이 서로의 생존을 위해 가족으로 뭉치게 된다.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육아부터 가사일, 생계비까지 떠맡게 된 춘섭에게 한국에서 악덕 매니지먼트 대표인 도사장(손병호)이 빚을 갚으라며 독촉한다. 도사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을 하던 춘섭은 우연히 자신과 6남매의 인생을 한방에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고 준에게 놀라운 제안을 하게 된다.

‘고스트맘마’, ‘하루’ 등의 작품을 연출하며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던 한지승 감독의 작품인 ‘파파’는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고,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이 한 가족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이다.

물론 너무 영화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다문화 시대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여하튼 ‘파파’는 문화가 다른 데서 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가족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며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특히 대장금으로 우리말을 배웠다는 둘째 고든의 능청스런 우리말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족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지만 언제나 색다른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은 비슷한 설정인 ‘과속스캔들’과 비교된다. 즉 ‘과속스캔들’은 이야기를 꾸준히 끌어나가는 힘이 있지만, ‘파파’는 뒤로 가면서 이야기의 힘이 떨어져 버린다. 아마 6남매의 이야기를 골고루 섞어 진행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한 사람에게 이야기가 집중되다보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는 박용우의 명불허전 연기와 고아라의 노래와 춤이 매력적이며,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페이스 메이커’에 연이어 관객을 찾는 고아라라는 여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