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72) - 중국 광둥성 중약연구소 중약표본원
귀한 도지한약과 남약 등 다양한 약용식물 재배·전시
학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중약표본원 간판이 보인다. 표본원 옆에는 중약표본관이 이층 건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연구소 남약연구실의 차이웨원(蔡岳文) 주임중약사가 오전 내내 친절히 필자를 안내했다.
중약표본원은 1985년 건립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129과 281속 총 600종의 약용식물을 재배 전시하고 있다. 특히 광곽향(廣藿香) 광불수(廣佛手) 화귤홍(化橘紅) 파극천(巴戟天) 백목향(白木香) 광방기(廣防己) 등으로 대표되는 광동지역의 도지약재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광방기에는 나무 아래쪽에서 자란 열매가 땅바닥에 거의 누워 있고, 남단삼(南丹參, Salvia bowleyana)이지만 단삼과 비슷한 꽃이 달려 있다. 안식향나무에는 안식향(安息香)으로 사용하는 수지가 보인다.
아래쪽 재배장에는 양춘사인(陽春砂仁)과 해남사(海南砂)가 나란히 서 있는데 차이(蔡) 주임중약사가 이 식물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가자와 강향단(降香檀) 팔각회향 태국대풍자의 키 큰 나무는 산책길 옆에 서 있다. 나무줄기의 심재를 백단향으로 사용하는 단향(檀香) 그리고 관광지 구이린(桂林)의 가로수로 유명한 계화(桂花)와 비파 소괴화(小槐花, Desmodium caudatum) 소철 목본다투라(木本曼陀羅, Datura arborea)도 잘 자라고 있다.
점심시간이라 중약표본원에 놀러온 광저우식품약품직업학원 여학생들이 자신들의 단체사진을 부탁해서 찍어 줬다. 필자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묻더니,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하면 어떨지 제안한다.
답사 길에 나선 나그네에게 선뜻 제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약용식물 촬영에 워낙 바빠 빵을 준비한 탓에 필자는 정중히 사양을 했다. 하여 지금까지 두고두고 그녀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남아있다.
중약표본관 건물 2층에는 한약표본 중심으로 다양하게 갖추어 전시하고 있다. 초두구 육두구 백두구 고량강 익지인 초과 광불수 반대해 광진피 팔각회향 그리고 인삼 표본이 진열되어 있고 중앙에는 화난(華南)호랑이와 흑곰 박제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 옆에는 흰 가운을 입은 중약사가 한약을 조제하고 있었다.
그다지 넓은 약용식물원은 아니지만 귀한 도지한약과 남약 그리고 다양한 약용식물을 한자리에 심어 놓았으므로 광저우를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꼭 이 식물원을 찾아보길 권한다.
글·사진 / 박종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