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반값 등록금과 한의대 교육

2011-06-09     장욱승

투자 없는 한의과대학 통폐합 필요
과목별 교육 세부내용 표준화 급선무

대학생들의 데모 소식으로 지난주 떠들썩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식이다. 2000년 이후에 크고 작았던 여러 촛불집회에도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대학생들이 엄청난 등록금 부담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지만 결국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학생들이 거리로 내몰린 상황이라 씁쓸하기만 하다.

아울러 며칠 전 동아일보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 홍찬식 칼럼이란 기사였는데 제목이 “‘거품 고학력’ 재앙 부를 반값 등록금”이다. 주된 내용은 지금도 너무 많은 대학생이 배출되는 반면 일자리는 뒷받침해주지 못해 사회문제가 되는데, 반값 등록금이 이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덧붙여 대학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반값 등록금이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을 거라는 주장이었다. 솔직히 대학의 질과 반값 등록금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대학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의대의 경우는 어떨까? 경희대 한의과대학 재학생의 경우 올해 한 학기 수업료가 5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다른 학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의학계열이다 보니 일반학생보다 더 부담하는 것이고, 학제도 6년제라 얼핏 계산해도 졸업하는데 6천만원 이상 들어간다. 이 정도면 절대로 적은 비용이 아니다. 그럼 과연 비용대비 만족도는?

한의대 교육에 관한 문제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인 면만 일단 따져보자.

그나마 규모가 있는 학교는 교실마다 교수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학생 정원이 적은 대학은 정식 교수가 아니라 강사들로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강사가 달라지면 내용도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라도 언제 졸업했느냐에 따라 강의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지식으로 업그레이드된 내용이라면 좋겠지만, 강사의 관심분야에 따라 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학교끼리는 어떠한가? 과목마다 공통교재가 있긴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의 활용도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결국 한의사면허시험을 보는 과목들에 대해서만 그나마 시험을 통해서 공부하는 내용만 일치하고 나머지 임상과목이나 기초과목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물론 차별화된 내용이 있거나 학교마다 특성화된 내용이 있다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고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면만 봐도 2가지는 무척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한의대에 투자하지 않는 대학교는 통폐합되는 것이 맞다. 몇 년간의 교수임용 숫자나 교실상태를 파악하면 금세 드러날 것이다. 대학병원에 대한 투자도 소홀하다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다면 역시 통합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 정치인, 지역, 대학교, 한의사 등 여러 가지가 얽혀서 풀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냥 놔두면 한의대 교육은 더욱더 나빠질 것이다. 대학들의 실질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두 번째는 한의과대학 각 교실들의 문제이다. 적어도 과목별 필수내용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합의하고 그 내용에 따라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설사 새로운 교수나 강사가 와도 필수내용은 꼭 이수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각 교실별 협의는 형식적으로는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평가과정이 좀 더 세부적이고 투명하게 바뀌어야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한의학 관련 국제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한의대 교육 내용도 제대로 표준화되었는지 한번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장욱승 /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