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59)
백두산의 약용식물
천마 패모 영지 등 특산 한약 가게 즐비한 관문 쑹장허
1200계단길 양옆에는 ‘高山花園’연출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동안 옌지(延吉) 쪽에서 들어가는 북쪽 코스가 일반적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서쪽인 쑹장허(松江河)진에서 갈 수 있는 코스도 개발되었다. 북쪽은 기상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여 10여분만 걸으면 백두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으나, 서쪽 코스는 버스에서 내려 1천200여 개의 계단을 4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좀 힘든 길이다. 이곳을 ‘시파(西坡)’라고 하는데 중국말로 ‘서쪽 언덕’이란 뜻이다.
백두산 주변에는 이런 인삼과 함께 특산 한약으로 어지러움이나 경련에 사용하는 천마, 기침이나 가래를 없애는데 쓰는 패모 그리고 영지버섯, 홍경천, 소위 불로초라 불리는 약용식물도 쉽게 보인다. 꽃을 차로 마시는 해당화도 판매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꽃 대신 뿌리를 민간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한다.
서쪽 산문에서 차량 번호판이 ‘장백산’이라 적힌 환경보호차량으로 바꾸어 타고 굽이굽이 능선을 휘돌아 백두산을 오른다. 창 밖에는 끝도 없는 구릉이 펼쳐있다. 북쪽 코스와는 달리 서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고산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 자생지가 있어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을 휘돌아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넓은 주차장에 다다른다. 쌀쌀한 날씨 탓에 점퍼를 빌려주기 위해 관광객들을 부르는 상인들을 뒤로 한 채 1천236계단을 오른다. 계단 양 옆에는 흰색의 바위구절초, 노란색의 씀바귀, 보라색의 엉겅퀴 그리고 용담이 예쁜 화단을 연출하며 지천에 늘려 있다. 2천700여미터의 정상에 오르느라 가쁜 호흡을 내쉬면서도 들꽃 천지의 고산화원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내려오는 길에는 ‘백두산 대협곡’을 감상한다. 폭이 200미터정도, 길이가 70킬로미터나 되는 대협곡이다. 침보다 더 뾰족하게 다듬어진 바위들이 협곡 양쪽 벽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위 위에는 가문비나무가 살아있다.
하늘을 찌르는 잎갈나무 사이에 나무로 제작된 산책길을 걸으며 관광객들은 원시림을 즐긴다. 주위의 노란색 국화과 식물들도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화창한 날씨의 정상이었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시꺼먼 구름이 잎갈나무 위 하늘을 뒤덮고 있어 변덕 심한 백두산임을 실감한다.
글·사진 / 박종철(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