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환계 심포지움에 즈음하여

경락 관련 주도권 확보해야

2010-09-18     장혜정
장혜정 칼럼- 원순환계 심포지움에 즈음하여 

얼마 전 경락경혈학회는 폐쇄적이고 잘 읽히지 않는 학회지를 인용지수 높은 국제적 학회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acupuncture’지 라는 이름으로 개명작업을 하며 “국제적인 피인용률을 높이는 작업과 참고문헌의 영역화”를 진행하겠다고 천명하였다.

국제적인 피인용률을 높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경락 또는 경락현상이라고 지칭하며 치료의 근간으로 전개해 나가는 논리의 주도권을 가지는 일이다. 우리 의학이 氣와 三陰三陽 陰陽五行을 바탕으로 변증하고 선혈하여 환자를 치료해 내는 임상결과를 논문으로 올린다 한들, 세계적으로 氣나 經絡이라는 의미의 통일을 보지 못한다면 같은 관을 가진 학자 이외에는 인용할 수 없는 ‘그들만의 학회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침술의 치료효과에 대한 설명은 신경학설을 근간으로 하는 ‘관문 조절설(gate control therory)’이나 침술 자극과 뇌 그리고 아데노신과 같은 화학물질을 연결해서 하는 설명 등이다. 이런 설명은 다양한 임상 속에서 보여지는 경락현상을 충분히 설명해 내지 못함에도 과학계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주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그리고 한의학계마저도 이에 편승하여 그들의 논리구조를 답습해 가고 있다.

경락 관련 주도권 확보해야
국제적 논문 피인용률 높혀


그렇다면 한국의 한의학계가 침구경락에 대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서양과학계가 우리의 경락을 저들의 생리현상으로 조각내어 설명해 내었다면, 우리는 서양의학적 방법으로 구획된 해부 조직학을 우리의 생리현상-즉 경락현상으로 재편해 내면 된다. 즉 경락‧경혈현상이 존재하고, 그 현상이 일어나는 해부학적 터전이 서양의학적으로 어떤 구획인가를 제시하는 일이다.

경락이 무엇인지. 누구 하나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는 없더라도, 그 현상이 “혈관의 박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 그 현상이 풍한서습 조화라는 “온도 습도 압력”이라는 변수에 변동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일이다. 그리고 인체에서 이러한 외부의 물리적 인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직을 계통적으로 찾아내는 것은 신경학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천국제한방엑스포의 학술행사로 9월 17~18일 양일 간 열리는 서울대 한의물리학교실의 ‘경락 원순환계’ 모델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의계와 특히 경락경혈학회는 누구보다 앞장 서서 이들 연구결과와 학회의 동향에 대해 관심과 검증을 주도하여 우리가 세계 경혈경락학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게스트가 아닌 호스트의 입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장혜정/ 봄내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