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보의 24시
“다양한 치료법 쓰고 싶다”
2010-07-30 이지연 기자
의료기기 요청… 가격 높으면 불가
창간특집- 르포 공보의 24시
2~3분마다 환자 한명… ‘출장진료’ 녹초
현재 공보의는 800명 안팎. 허원영 2년차 공보의는 태안군보건의료원에 근무 중이다. 군 내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어 만든 의료원급 보건소로 다른 도서지역의 보건지소에 비해 여건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 태안군보건의료원의 주 건물은 양방·치과가 쓰고, 한방과는 별관에 마련돼 있다. 옆에는 물리치료실이 함께 있는데 양방과 부속으로 돼있어 한방공보의는 사용할 수 없다. 한방진료실에는 물리치료기기 하나 없다. 침과 뜸, 부항, 테이핑 그리고 보험제제인 56종 한약제제뿐이었다. 제제는 주로 소화불량이나 감기에 처방한다.
한방진료실 내에는 진료 보조인력으로 공무원(주사)이 한 명 배치돼 있다. 그는 환자 안내 및 접수, 그리고 공보의의 지도 하에 발침을 돕는다. 간호사 역할인 셈이다. 허 공보의는 “보조인력이 없는 보건지소도 있다고 들었다. 그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허원영 공보의는 사암침과 함께 전신질환을 호소하는 노인환자들에게는 주로 8체질침을 쓴다. 체질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혈자리에 침을 놓을 때마다 환자의 고통이 경감되는지를 살폈다. 간단한 건강지도도 함께 해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그는 특히 체질에 맞는 식사습관을 중요시했다.
그는 아쉬움을 표출했다. 치료가 끝나면 진료기록을 꼼꼼히 기재하면서 순간순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부터 KCD로 청구방법이 바뀌면서 상병명을 무엇으로 적어야 할지 헷갈릴 때가 있다. “작년에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나와 교육을 했어요. 교육내용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겠지요.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이라서 크게 혼란스럽지는 않지만 간혹 무엇으로 적어야 할지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한방치료 호응 높지만 연령층 확대 한계
공보의 년차 놀라갈수록 미래 고민 심각
12시30분부터 점심시간이다. 그는 관사에서 직접 해먹을 때가 많다. 입맛이 맞지 않아서다. 도서지역의 공보의들도 상황은 비슷하거나 좀 더 나쁘다. 아예 식당이 없는 경우는 혼자 해결하거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공보의들도 있다고 한다.
오후에는 오전처럼 바쁘진 않았다. 제법 한가로움마저 묻어났다. 물론 몰려드는 환자들로 진을 빼는 날이 있다. 출장진료 때다. 지역 농어촌들이 대개 그렇듯 태안군 내 마을도 띄엄띄엄 있어 직접 보건소에 찾아오기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격주에 하루씩 출장진료를 나간다. 5~6시간 동안 2명의 한의사가 환자 100명을 보는데 그나마도 시간상 환자를 제한한 수다.
수련의 경험을 쌓아 임상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허 공보의이지만 환자 수가 몰리는 출장진료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출장진료를 나가는 보건사업팀 양씨도 “식사는커녕 화장실 갈 틈도 없다. 잠시도 허리를 펴기 힘들다. 출장진료를 나갔다 오면 며칠 간은 허리통증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출장진료 외에도 태안군이 실시하고 있는 한방보건사업은 한방가정방문, 한방건강증진프로그램 등이 있다. 허원영 공보의는 “이렇게 많은 사업이 있는 줄은 나도 몰랐다”면서도 “이런 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그에 걸맞은 컨텐츠가 필요한데, 협회가 대공협과 협력해 전국에 있는 보건지소를 대상으로 한방보건사업의 틀을 만들고 이에 대한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승훈 공보의 역시 “출장진료 등을 나가면 환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점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며 “이런 관심을 좀 더 키우기 위해 공보의가 전도사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원영 공보의는 “노인들 사이에서 반응이 무척 좋다. 단골환자들도 생겼다”면서도 “그러나 그 다음, 다다음 세대들도 과연 침을 맞으려 할까를 생각하면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보의들의 대체적인 정서가 아닐까 싶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