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논쟁, 어불성설(하)

2010-06-05     장혜정
장혜정 칼럼- 비장논쟁, 어불성설(하) 

그러니 한의학의 비장 관련 논쟁은 어찌 보면 fruit과 vegetable을 구분하지 못하고 과일과 채소라는 단어를 썼다 라는 말처럼 어불성설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 장기 명명은 어떤 분류방법을 토대로 했을까. 해결 해부 공식의 해에 쓰이는 解라는 글자에서 보여지듯 소의 살과 뼈를 따로 바르는 데서 물건을 풀어 헤치다 라는 의미, solution까지 나온다. 반면, 서양의 해부는 dissection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럼 解와 dissection의 차이는 무엇일까? 피자 한판을 6명이 먹기 위해 롤로 자르면 dissection이 된다. 피자의 토핑을 거둬내고 치즈막을 떼어내고 도우를 남겨두면 解가 된다. 즉 결대로 가르고 발라내는 것이다.

생체를 해부해 보면, 장부는 근막과 점액 등으로 뭐 하나 단독적으로 떨어진 거 없이 피부에서 뼈 속까지 이리저리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관으로 이뤄진 Gi트랙 역시, 어디서 어디까지 무엇이다 라고 명확히 경계 내린다는 것은 사람마다 틀려질 수 있을 것이다.

심장만 봐도 사람에 따라 sanode가 있는 right artrium은 ventricle과 별개의 조직으로 인식할 수도 있을 정도로 육안적인 색과 질감이 박동 스타일이 다르며, pancreas의 경우 사람에 따라 지방덩어리로 인식하거나 spleen에 딸려 다니므로 그 두 개를 통째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解와 dissection 차이 무엇일까
서양 해부학도 ‘임의로 구획’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양의 해부학도 “임의로 구획”한 것이다. 인식 시스템에 따라 우심방과 나머지 심장을 별개 기관으로 인식해도 가능하며, 담을 간의 부속기관으로 통째로 인식해도 되고, 간문맥을 간과 별도의 장부로 인식하고 별개 이름을 붙인다 한들, 그것이 학자들 사이에 합의만 되면, 상관없는 것이다.

동양의 장부 인식이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이라는 생각과 달리, 내가 마취된 쥐의 박동하는 내장을 보면서 간을 만지며 소장을 주물럭거리며 간을 짓이겨 보며 위장을 절개해 보며 그 속의 내용물의 감촉을 만져보면서 느낀 것은 한의학에서 말한 장부가 실제 그대로의 관찰이며 효율적인 분획을 통한 설명이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이것은 카데바 해부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 질감 온도 미끌거림 단단함 등이 장부의 성격을 묘사하는데 그대로 녹아있다.

작금의 사대주의적인 해부 실습과 양방 해부의 매치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10구의 카데바보다 한구의 생체는 고전이 얼마나 해부에 있어서 치밀했는가 정확했는가를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백서 100마리라고 해봐야 카데바 한 구보다 저렴하지 않은가!

장혜정/ 봄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