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토픽

2003-03-19     
기상장교가 쓴 날씨野談

반기성著 / 명진출판刊

동생이 기상학을 전공하고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지만, 사실 우리 식구 중에 기상학을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접하고 있는 기상이지만 방송에서 조금이라도 생소한 기상용어가 나오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반기성 중령은 공군본부 기상전대 기상연구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군인이며, 동생이 군시절에 모시던 상관으로 알고 있다.

보통은 날씨에 대해서 그저 맑은지, 흐린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덥거나 추운 정도에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쓴다. 날씨와 관련한 특별한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물론 한의학에서는 사계의 기후에 따른 기운의 편차를 판단해 진료에 적용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기상에 관한 용어의 정리부터 시작해서 날씨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까지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짧고 쉽게 서술하고 있다. 지은이가 당뇨가 심한 환자라서 날씨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도 꽤 비중있게 실려 있다.

날씨란 것이 결국 지구상의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환경을 조절해 준다고 생각할 때 사람도 날씨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런 관계를 통해 사람을 정의한 것이 한의학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날씨라는 게 결국은 사람을 살리는 기운일테니까. 물론 죽이기도 하지만.

날씨가 사람에 미치는 영향을 예로 든 내용 중 재미있는 것이 있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는 대개 아이들은 성을 잘 내고, 어른들은 잔소리가 많아진다고 한다. 임산부의 경우에는 온도가 올라가고 높은 구름이 증가하기 시작할 때 진통을 시작하여 기압이 내려가면서 비가 오기 시작할 때 출산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라고 한다.

결국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날씨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이터가 생체기상학 분야에서 밝혀지고 있다. 한의학적 시각에서 본다면 당연한 것 같은 이 현상들을 서양과학에서는 데이터로 모으고 그 원인을 알아내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원인이 서양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한의학적인 사고개념으로 쉽게 풀이해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한의학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설명체계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

한의학의 기술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陰陽 五行 氣血 六氣를 일반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그래서 한의학의 범위를 넓혀 갈 수 있는 노력이 아쉽게 느껴진다. 날씨도 결국 氣의 장난일 뿐인데 동생한테도 이해시키지 못하는 나도 한심하지만 말이다.

강현호(부산 솔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