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 유인·알선, 비급여 고지 의무 명시

2008-06-13     
한의계, 세부 협진방안 놓고 의견 분분, 논란 예고

□ 보건복지가족부 의료법개정안 입법예고 □

지난 17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의료법 개정안이 일부 조항만 삭제된 채 다시 입법예고 돼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10일 국정과제인 의료서비스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입법적 기반을 구축하고, 의료소비자의 권익 및 의료인의 자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환자의 편의 증진과 의료기관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오는 17일까지 해당 단체의 의견을 받고, 오는 7월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늦어도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병원 경쟁력 강화에 초점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5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의료법개정안의 재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었다.
의료법개정안 중에는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 간의 협진을 허용하는 내용이 관심을 모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설립요건을 갖춘 의원·치과의원·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종합병원은 각각 한의사 혹은 치과의사, 의사를 두어 의과나 치의과,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위를 유인·알선행위 금지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외국인 대상의 환자 유인·알선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 유치에 가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심지어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지해야 하는 의무가 포함됐다.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과 의료비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이밖에도 환자 처방전 대리 수령 근거 마련, 의료기관 명칭표시의 자율화, 의료법인간 합병절차 신설, 종합병원내 비전속 전문의 배치 허용 등이 신설됐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치료방법 설명의무, 표준진료지침 제정, 허위진료기록부 작성시 형사처벌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던 조항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는 한의계보다 양의계서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방에 비해 양방이 비급여항목이 많아 급여와 비급여가 구분되지 않는 경향이 적잖게 있기 때문이다. 고지 방식은 보건복지가족부령에 따르도록 하고 있어 고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대상의 알선·유치행위 허용에 대해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제외한 한·양방 의료계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비록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국인 대상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협은 “내국인과 명확히 구분한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에 따라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 직능간, 직능내 반응 엇갈려

반면에 협진에 대해서는 한의계내 진통이 예상된다. 한의협의 정책은 ‘협진’이며 협진의 대상을 병원급에만 한정하기로 한 바 있지만 협진을 1차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경우 의원급의 경쟁이 가속화돼 병원과 의원간 양극화에 이어 의원과 의원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한의사 중에는 병원급만의 협진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차 기관의 협진을 요구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일수록 협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계가 협진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한 가운데 의협은 “협진은 당초 목표인 의료일원화 방침에는 미흡하지만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의계의 협진 찬성 방침에는 수가 많은 양의사가 한의사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영이익을 추구하는 대한병원협회는 협진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향을 보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의협은 정부가 의료법개정안 의견조회 기간을 17일로 못박음에 따라 11일에는 법제위원회를, 14일에는 전국임시이사회를 긴급히 열어 대책을 모색했다. 양경선 한의협 법제이사는 “일선한의사의 입장을 반영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의협은 지금까지 협진의 장단점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영향분석을 한 적이 없어 한의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낼지는 미지수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