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때문에 불황’은 한의사 생각일 뿐”

2008-03-21     
국민은 유효성에 더 관심, 홍보방향 바꿔야

■ 진흥원 한약설문조사의 의미

“한의사들이 한약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했고,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수요가 줄어든 원인은 한의약을 음해하려는 외부 세력 때문이다. 당연히 여기에 맞춰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의계가 ‘한약’과 관련해 취해왔던 방식을 이렇게 실토했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한약 대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의사들이 그동안 관념적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얼마나 자조했었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653호 주요뉴스란 경영 참조>

한의사들은 “양방과 언론의 공세로 인해 한약의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한의원 한약은 안전합니다”라는 포스터를 한의원에 내 걸고 이를 설명하기에 급급해 있었다. 실제로 대다수 한의원은 첩약 수요가 줄어들었고, 가장 큰 원인을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공방”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간부급 한의계 인사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뚜렷한 근거도 없이 “한약 수요가 매년 20%씩 줄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전체 한약재 수요를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수입한약재 동향을 살펴보면 소폭 증가하고 있지 줄지는 않았다.
매년 900명 가까이씩 한의사 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수요가 줄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는 한의사 수가 는 만큼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며 ‘안전 문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설문조사에 나와 있듯이 한방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이유는 ‘질병치료’(58.3%)가 위주고, ‘보약’(22%)은 뒤로 밀려났다. 그런데도 아직 보약에 대한 의존감을 버리지 못한 한의사 일수록 불황을 더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대상자의 85%가 건강식품·차 종류를, 50%가 즙 종류를 한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한의원에서 처방한 한약 외에도 많은 식품들을 한약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한의원 한약만 ‘한약’이고 나머지는 ‘식품’이라고 대중을 이해시키려 했던 것은 한계가 있고, 대중에게 별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들 식품은 과거 한약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보양약’의 지위까지 올라왔고, 역전을 한 상태이다. 한의사들은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진료형태를 개선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최근 3년 이내에 ‘한방진료를 경험했다’(59.9%)는 응답자와 ‘만족한다’(61%)는 비율이 높은 것은 한방의료의 발전 가능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약분야에 대한 연구 방향도 ‘유효성’(36.5%)이 ‘안전성’(26.7%)을 약 10%p 앞선 것은 그간 한의계의 한약재의 안전성 홍보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안전성 문제가 대중들에게는 큰 관심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진흥원의 설문 조사가 “향후 한의약연구개발사업의 지원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예비 작업이었듯이 한의계도 객관적 조사를 바탕으로 한약과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며, 홍보 방향도 ‘안전성’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우수성’에 더 비중을 두고 수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