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샹그리라 그랜드 아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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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샹그리라 그랜드 아이스쇼
  • 승인 2006.09.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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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9월에 열리는 아이스쇼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작년 여름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볼쇼이 아이스쇼’를 감명 깊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는 공연을 주최한 방송사의 여러 프로그램들, 심지어는 드라마와 뉴스에서까지 홍보를 해서 지탄을 받기도 했었는데, 올해 열린 두 개의 아이스쇼 ‘로만자’와 ‘샹그리라’는 볼쇼이 아이스쇼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것 같다.

얼마전 ‘샹그리라 그랜드 아이스쇼’를 관람했는데,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아님 공연 시작 초반이어서인지 관객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아이스 링크의 대부분을 사용한 볼쇼이와는 달리, 링크 절반 정도의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빙판 위에 많은 좌석을 설치하였기에 더욱 썰렁해 보였다.

생소한 이름에 적은 관객으로 다소 실망한 가운데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실망이 감동으로 바뀌기까지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본부석 좌측에 마련된 드럼과 키보드에 조명이 비추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흘렀다. 드럼, 기타, 트럼펫 순으로 연주자들이 입장하며 강렬한 록 음악으로 확장되어 가면서, 필자의 심장박동 속도도 빨라져갔다. 대부분의 뮤지컬이나 아이스쇼에서는 녹음된 음악을 사용하는데,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생음악만으로도 공연에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재미있는 퍼포먼스에 가까운 ‘신비로운 새들’, ‘막대곡예사’가 끝나고, 한 쌍의 새가 비상하는 듯한 사랑의 테마 ‘연’이 펼쳐졌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선율에 가사를 붙인 Lara Fabian의 노래 Adagio와, 은반 위를 활주하는 아름다운 무용수 그리고, 새의 날개를 닮은 연이 조화를 이루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곡이 진행할수록 점점 고조되어 가는 노래처럼 감동도 커져갔다.

이후의 공연은 아이스쇼에 슬랩스틱 코미디와 서커스를 합쳐놓은 듯 했다. 모자 바꿔쓰기, 바지 벗기기, 점점 작아지는 바이올린 연주 등 채플린의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재치 있는 퍼포먼스에 웃음을 터뜨리고, 여러 개의 공 던져 받기, 원반던지기, 트램블린을 이용한 점프에 박수를 보내고, 아슬아슬한 묘기에 가슴 졸이면서, 공연단과 관객 사이에는 동질감이 형성되었다.

공연의 피날레는 천장 바로 아래에서 펼쳐지는 줄 체조, 공중 그네타기이다. 빙판 위에 낙상을 방지하는 그물이 설치되고, 아이스링크는 순식간에 서커스장으로 바뀌었다. “두두두...” 드럼 소리에 감동은 고조되고, ‘흰 독수리’가 공중제비를 하고 파트너의 손을 잡을 때에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볼쇼이 아이스쇼의 발레처럼 우아한 피겨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서커스 같은 아이스쇼가 경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샹그리라 아이스쇼는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를 날려주는 듯 유쾌, 통쾌, 상쾌하였다. 2007년 여름에는 어떤 아이스쇼가 열릴까?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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