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규격집의 ‘녹용절편’ 항목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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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규격집의 ‘녹용절편’ 항목 신설
  • 승인 2003.03.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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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별 수단 마련 없는 규정

한약규격집에 ‘녹용절편’이라는 항목이 신설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함축한다. 길이 3~7cm 지름 2~5cm 당귀, 녹용 길이 17~20cm 지름 4~5cm. 공정서에서 규정해 놓은 약재의 성상이다. 그러나 녹용의 경우 공정서 성상 그대로 유통되는 물량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이 절편·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업체는 분골과 상대, 중대·하대 등을 분류해 놓았다가 한의사의 주문에 의해 납품한다.

녹용절편은 이같은 한의학의 기준이 파괴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관능적 기준에 의해 정의된 기준을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양방의 약리학적 기준을 세우고 이에 따라 약이 정해진 것이다. 물론 당귀의 경우 身과 尾를 따로 써야할 때가 있으나 한방의료기관에서 이를 분류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녹용은 한의원에서 분류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녹용의 부위별로 투약해야 한다는 방제학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 것이고 한의사는 조제권을 침탈 당한 것이라고도 유추할 수 있다.

실험만으로 구별 불가능

현행 수준의 확인시험과 순도시험만으로 절편된 녹용을 정확하게 분리해낼 수 있을 까도 의문점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녹용을 제조했을 경우 제4지의 윗부분에서 채취한 것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녹용부위에 상처가 있어 관능상 불량품 처리가 될 것이 절편 상태에서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도 문제이다.

약효가 떨어지는 2년 이하 사슴에서 채취한 뿔, 절단한 후 다시 자란 재생뿔에서 채취한 녹용은 회분이나 건조 감량에서 오히려 우수한 점수를 취득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구분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녹용은 의약품이다. 의약품의 제조여부는 이러한 오류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에서 변경이 가능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관능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사항을 많은 비용을 들여 순록과 녹용을 검사하겠다는 것 이외에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의료시장 혼란 초래

생산현지에서 우수한 시설에 의해 동물성 한약재인 녹용이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또 밀수 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국내의 녹용 시장을 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녹용가격의 하락, 녹용수요의 확대에도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先後가 있다.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녹용이 어떻게 원료의약품으로 관리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이번 절편허용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뉴질랜드는 자국 내 제조를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보다는 국내의 식품시장 진출이 목적이라는 업계의 지적을 놓고 볼 때 녹용절편의 허용은 한의약시장의 왜곡을 부채질 할 소지가 크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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