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형식․틀 연구 주체 형성
‘한의학적 기준’ 마련이 성공의 시금석

한방임상시험연구회의 발족은 한의학의 객관화와 정량화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한의계에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날로 늘어나는 한약제제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한약제제는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인데도 내용적으로는 양약계가 주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약회사는 한의학적 원리를 모른 채 일본에서 들여온 한약제제를 베끼거나, 양약학적 기준으로 만들어진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양방병원에서 임상시험하는 식으로 제품화하고 있다.

한의학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한약제제는 결과적으로 양의약품처럼 유통되고, 급기야는 한의사가 한약제제를 외면하는 반면 양의사가 처방하고 양약사가 판매하는 상황으로 빨려들어가는 양상을 초래했다.

더욱이 한의사가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한 진단․치료법과 한방의료기기조차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임상통계 자료가 없어 한의학의 보편적 이용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최근에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법을 개정하여 1상, 2상 시험을 면제함에 따라 천연물의약품의 개발이 가능해졌고, 건강보조식품과 기능성식품의 효능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 의뢰가 쇄도할 것으로 예상돼 임상시험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한의계는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일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공인된 임상시험으로 인정받기 위해 요구되는 일정한 형식과 틀이 부족해 본의 아니게 외면한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한방임상시험연구회의 발족은 한의학적 기준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주체가 형성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쉽게 말하면 한의학적 임상방법론을 연구함으로써 한약의 특성과 국제기준에 맞는 임상시험의 프로토콜을 만드는 전담조직이 태동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방임상시험연구회의 전도가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임상시험 용어와 개념부터 생소할 뿐더러 ‘한의학적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국 한방병원의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을 위한 교육과 방법론 연수교육 실시, 그리고 여러 전문가집단에서 한의사가 해야 할 역할 등을 명확히 설정하여 한의사가 자신감을 갖도록 배려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