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한약의 활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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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한약의 활로는 무엇인가?
  • 승인 2003.03.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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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화만이 ‘한의원 한약’ 탈출구
‘명품’ 이미지 확립 통한 한방의료 고급화 필요

기성품은 지적재산권 보호 안 돼 양질 기대 못해
기능성식품·천연물의약품 한약 시장 확대 계기 될 수도

사진설명-한의원의 한약과 기능성식품·천연물의약품과 차별화시키는 것은 가장 우수한 약재의 사용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기능성식품과 천연물의약품은 한약과 관련된 한방의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가올 시장변화를 점검하고 한의원 한약의 활로를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기능성식품법의 국회 통과,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검사기준 개정은 ‘한약=한의사’라는 지금까지의 등식 기호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이 두가지 법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麥門冬湯·黃連解毒湯·葛根湯 등 350여종의 한약 처방이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판매돼 왔었다. 이들 한약제제의 경우 일부 양방의원에서 환자에게 처방해 무리를 빚고 있기도 하다.

또 식품공전에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된 한약재를 제외한 모든 한약재가 식품원료로 사용돼 시중에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효능에 대한 대중 광고가 허용되고, 천연물의약품 등을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이 두 가지 변형된 한약은 과거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동일한 한약재를 원료로 한 제품이 취급하는 주체만 달리하고 경쟁관계에 놓인 꼴이 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부작용 사례 수집 미흡

한의협은 16일 건강기능식품규격특별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식품으로 둔갑한 한약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이미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정 처방의 효능에 대한 연구는 많았으나 양방의학적으로 요구하는 부작용에 대한 사례는 수집된 것이 별로 없다. 이는 건강식품의 무불별한 유통에 한의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했고, 기능성식품법의 통과에도 영향력을 큰 발휘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의약의 최고 전문가임을 주지시키고 공정서 상의 한약재를 주원료로 한 기능성식품은 한의계가 주도해 식품의 인정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주장할 수 있으나 양약계를 위시한 관련 업계의 세력판도를 놓고 볼 때 가능성 여부는 불투명한 형편이다.

補養性 처방과 경쟁하는 꼴

지금 형편에서 가능한 것은 식약청이 독점하게 될지도 모르는 건강기능성식품 심사위원회에 한의계가 얼마나 좌석을 차지할 수 있겠느냐 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약의 부작용사례에 대한 연구를 체계화하는 일일 것이다.

식품으로 둔갑한 한약의 유통에 대해 우려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일반인들이 너무 잘 알고 있고 대중화 돼 있는 한약, 한방의료기관이 아닌 상점에만 가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十全大補湯’ 등도 식품으로 장복했을 때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한의사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한의학 원전에도 이미 개별 한약재의 금기 사항에서부터 부작용에 대한 이론까지 정립돼 있다. 다만 이를 현대적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으로 한약이 식품으로 유통되는 것을 원천 봉쇄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결국, 화려한 문구의 광고로 치장한 ‘보약’이 기능성식품으로 둔갑해 한의원의 보양성 처방과 경쟁을 하게된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칙 무시된 천연물의약품

지난 11일 식약청에서 열린 ‘한약·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신제품개발 지원 설명회’는 제약사들의 관심을 그대로 잘 나타내 준다.<민족의학신문 10월 21일자 3면보도> 300여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국립보건원 강당에 제약사 직원이 주축이 된 400여명의 참석자가 발 디딜 틈을 주지 않았다.

이번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시험방법 개정은 사실상 모든 한약의 제제화를 의미한다.

물론 이제까지 양약식의 의약품허가기준은 한약의 제약화를 어렵게 만들었고, 한약관련 산업발전을 더디게 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식약청 채규한 사무관이 “한약·생약제제허가제도 미비로 의약품으로 개발돼야 할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성장호르몬, 치매, 위궤양 등에 사용되는 생약·한약제제들이 식품으로 개발·사용됨으로써 식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관리상의 허점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정확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시됐다. 즉, 이 제제를 누가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누락된 것이다.

따라서 천연물의약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한약제제는 양의사·양약사가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를 숙제로 남겨줬다.

현행대로 법이 유지될 경우 과거 양약국에서 약을 임의조제해 판매할 수 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한약처방은 양의사의 또다른 의료무기로 전락할 소지가 높다. 또 처방전에 의존해 약국을 운영해야하는 약사들에게 새로운 활로가 돼 한약제제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약재 차별화부터

한의계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이들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지적될 것이지만 당장 눈앞에 등장할 이들 약품에 대해 일선한의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기능성식품과 함께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천연물의약품이 가지는 한계 즉, 환자의 병증과 특성에 따라 같은 처방이라도 배오를 다르게 해야한다는 한의학의 원칙이 무시돼 한의원에서 투약하는 한약과는 효과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니 무시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일선 한방의료기관에서도 이 제제의 활용을 늘여 천연물의약품을 한방의약품으로 정립하는데 주력할 것이냐의 방향을 정립해야 된다.

그러나 전자는 한약제제가 그대로 양방의약품으로 흡수된다는 문제가 있고, 후자는 한방의약분업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제기할 수 있는 것은 한의원의 한약을 기능성식품이나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과 차별화 하고, 천연물제제의 활용에도 적극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한의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환자를 진료해 투약한다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더욱 차별화해 명품 개념으로 가야 한다.

현재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지방시, 샤넬, 펜디, 루이뷔똥과 같이 일반 시중 상품과 차별화 된 명품개념으로 한의원의 한약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선행돼야 할 것은 원료인 한약재의 차별화다.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과 달리 한약재는 같은 품종간에도 지역·생존연수·제조방식 등에 따라 약효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

1천원 안쪽에 거래되는 진피와 2만원에 육박하는 진피, 1만원에서 2만8천원 숙지황, 2만원에서 7만원 앵도육. 무조건 값비싼 것만을 구입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약의 기본인 약재 하나 하나의 품질부터 최고급화해 차별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서에 나와있는 처방을 응용할 경우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아 업체는 가격경쟁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품질의 고급화가 불가능하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雙和湯·葛根湯 등 드링크류의 품질 하락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따라서 한의원의 한약을 식품이나 천연물의약품과 차별화시키고, 한방의료기술을 발전시켜나갈 때 기능성식품과 천연물의약품은 한의학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역을 확대시켜주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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