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위기 의식의 표출
각계 협조 이끌 때만 존립이유 설명 가능
전문의제도를 둘러싼 공방으로 급 물살을 탄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이하 개원협)가 오는 8일 창립식을 갖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개원협이 논의된 것은 한약분쟁이 마무리 돼 가던 때부터이다. 한의협이 개원의 중심으로 회무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의협이 개원의 만의 이익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에 개원한의사의 권익을 도모할 협의체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한방병원도 구성원이 한의사이지만 이들 병원의 권익을 위해 별도의 사단법인체를 구성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원협의 구성은 당연하다는 논리에서였다.
하지만 한약분쟁의 여파가 끊이지 않았고 계속된 위기상황 속에서 개원협의 출범은 한의협의 분열로 비춰질 수 있고 이를 이끌어갈 조직력도 미비해 논의로 끝나고 말았었다.
‘전문의’ 개원협 구성 앞당겨
전문의제도 문제는 개원협 발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시기를 앞당겼다.
정책적인 사항에 민감하지 못한 개원한의사들이 전문의시험 주관기관을 바꾸는 해프닝을 벌여가며 전문의가 배출되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다며 합의를 이루었던 원칙이 무너진 가운데 정총의 결의나 동료 한의사의 반발을 무릅쓰고 시험이 강행된 데 대한 반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보여지는 개원한의사의 특례조항 마련은 개원한의사들로 하여금 조직체의 결성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기 위한 임의 조직체와 이를 실체로 인정해 협의 대상자로 보는 듯한 복지부의 행태도 한 몫을 했다.
특히,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의료시장의 모습을 놓고 볼 때 개원의들이 느끼는 의기 의식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체를 구성하기에 이르렀으나 어떻게 운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우선 개원협이 들고 나온 ‘認證醫’는 병원측과 전문·전공의 나아가 관계 당국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어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올바른 한의학술 전수’의 소명을 저버린 일부 교육기관의 파행적 수련병원의 운영은 한의학의 일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히고 올바른 한의학술 살리기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어 병원 측과의 마찰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의협 살리기 위한 행보
서대현 개원협준비위원장은 개원협을 분파로 보는 시각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이는 한의계를 하나로 세워 한의협을 살리기 위한 행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즉, 이미 한의계는 병원협회를 중심으로 임상교수협의회, 전공의연합회 등이 세를 형성하고 있고 모든 한의사의 중심기구인 한의협은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임의단체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개한협의 등장은 분파일 수 없으며, 현 상황을 분파로 몰 경우 이는 이미 이전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개원협의 구성은 어쩔 수 없이 개원의들 중심으로 협회를 이끌어 왔던 한의협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전문의제도를 둘러싸고 쌓여진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고, 불신이 계속될 경우 한의협은 WTO 등 현 위기상황을 대응해 나갈 여력조차 상실한다는 점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 교육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것은 아주 절실한 문제이지만 한의사를 교육시켜 배출하는 대학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한의학의 위상 자체를 흔들 위험이 있음으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서 위원장의 말과 같이 병원과 개원가 그리고 대학이 하나의 기둥이 돼 서로 협조해 한의계를 이끌 때만이 각 단체의 존립 이유는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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