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한의대 추진과정 문제 있다
상태바
국립대 한의대 추진과정 문제 있다
  • 승인 2006.05.26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일선 한의사·한의대 정서와 괴리, 갈등의 소지 노정
4+4학제 문제 간과, ‘의대가 있는 대학’도 비현실적

최근 급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국립대 한의대 설립작업이 절차와 내용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국립대 한의대 설립 문제는 한의학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데도 이 문제에 대한 한의계의 광범위한 여론수렴이 없이 대통령 공약을 임기 내에 실현한다는 일정에 맞춰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정부는 한의계가 갑론을박 하는 사이 지방 국립대에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한다고 언론에 흘리더니 5월 들어서는 6월 대학 선정위원회 발족, 10월 학생 모집공고 등의 일정이 거의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정책결정 이면에는 한의협의 양해가 있었다는 게 일선 한의사들의 판단이다.

사실 한의협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서 서울대 설립 고수론을 철회했으며, 올해에는 정원이 증가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립대에 한의대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이끌어냄으로써 기존의 정원동결방침에서 한 발 물러났다. 또한 국립대 한의대 학제를 4+4 학제로 양해함으로써 한의학전문대학원형태의 지방 국립대 한의대 설립론이 나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국립대 한의대 설립방향을 둘러싼 한의협 정책결정은 한의계 전체의 결정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보여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견해가 많다. 많은 일선 한의사들 중에는 서울대가 아니면 한의대 설립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은데다가 선 정원증원을 전제로 한 지방 국립대 한의대 설립은 실익이 없다는 75%의 반대의견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의협은 전국이사회에서 정원동결방침을 철회하는 정책결정을 하면서 지부장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 중앙이사의 찬성으로 통과시킴으로써 의결의 형식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회원을 대표하는 지부장들의 의견은 다수 중앙이사의 수에 묻힌 것이다.
또한 정부와 한의협의 국립대 한의대 설립 방안은 한의학교육의 주체인 한의대 학장과 교수, 그리고 한의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대표성을 결여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의대 측의 주장은 한의대 설립대학, 정원, 학제 등에서 정부와 한의협 방침과 큰 차이를 보였으나 의견이 수렴된 흔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정부는 한의계의 대표단체인 한의협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 한의대의 한 교수는 “한의대 학장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간담회를 연다고 해놓고 일방적인 설명만 늘어놓는 정부관계자에 항의해도 돌아오는 말은 ‘한의협이 당신들의 대표 단체 아니냐’는 말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정곤 국립대 한의대 추진위원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정원동결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약속, 한의대와 일선 한의사들의 반발을 잠재우려 애썼다. <564호 기획란 인터뷰 참조>
정부는 얼마 전 정원이 60명 넘는 7개 한의대 학장들을 상대로 10%씩 정원을 감축하면 최대 61명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방안을 물었고, 한의대 학장들은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한의대 교수는 “힘으로 밀어부치면 정원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인센티브를 매개로 양해할 뜻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정원문제는 더 이상 국립대 한의대 설립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인 데 비해 학제문제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4+4제는 한의대 설립에 소요되는 재원마련이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한의대가 추구하는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한의대는 예과에서도 한의학을 가르치므로 실제로는 0.5+5.5학제인 반면 4+4제는 한의학교육을 할 시간이 4년밖에 되지 않아 현재의 6년제보다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4+4제는 4년제 졸업생이 입학하는 관계로 개원선호경향이 높아 정부가 의도하는 ‘국가발전 전략분야 및 기초학문분야 전문가 육성’이 실현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는 의견이다.

국립대 한의대 설립기준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의협이 국립대 한의대 설립기준으로 제시한 ‘의대가 있는 대학’은 한의학 발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의대가 있는 대학에 설립하면 현재의 한약학과처럼 의대 내의 한 학과로 전락해 의료일원화의 빌미만 제공해주므로 차라리 의대보다 자연대, 공대, 농대, 인문대 등이 설치된 대학이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표성이 결여된 데다가 학제마저 한의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국립대 한의대 설립론. 정부의 밑그림이 거의 나온 이 시점에서 한의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