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미래포럼] 한의학의 정체성 - 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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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미래포럼] 한의학의 정체성 - 김남일
  • 승인 2006.04.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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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입장에서 본 한의학의 정체성

한국 한의학의 역사는 한국의 풍토에 맞는 의학을 만들어내고자 한 노력의 역사였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져온 향약의학, 조선중기 허준에 의해서 만들어진 『동의보감』, 조선 고유의 체질론을 주창한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 등은 모두 한국 한의학의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물들이다.

고래로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중국과는 기후와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의학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오랜 기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선조들은 외국에서부터 전래된 것을 무조건 추숭하지 않고 이를 어떻게 한국인의 입장에서 수용하여 한국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1610년에 간행된 『동의보감』이라는 책에서 ‘동의학’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의 정체성과 연구방법론은 지난 1백여 년간 이 땅에서 서양의학이 한의학의 위치를 대신하여 주류의학으로 자리잡아가는 동안에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던 문제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힘들었던 것은 한의학 이론체계의 비과학성 때문도 아니며, 한의학이 대학에서 연구되고 강의할 수 없는 학문체계로 구성돼 있기 때문도 아니다.

문제는 ‘과학’이라는 용어가 너무 일방적인 한 가지 측면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서양과학의 우수성에 대해 교육받아 와서 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성이 바로 객관적 세계를 설명하는 유일한 도구라는 생각을 암암리에 강요받아 왔다.

사실 한의학을 연구하는 방법을 과학적인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나누는 것은 무리다. 한의학의 연구방법론은 한의학 고유의 학문체계의 우수성이 그대로 잘 발휘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의서에 기록돼 있는 것은 저자가 평생동안 경험한 환자들에 대한 치료경험과 그동안 공부한 이론을 기록해 놓은 것이기도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한의학의 지혜를 모아놓은 질병치료의 나침판이기도 하다.

하나의 처방이 창방되기까지는 창방자의 의학사상을 형성하게 한 수천 년간의 학술적 바탕과 그 창방자의 평생의 노력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만일 그 처방을 역대 의가들이 지시하는 증상의 범위 내에 사용했을 때 거짓으로 판별되었다면, 이미 역사 속에 파묻혀 버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의학 연구의 방향은 임상을 중심으로 해야 할 것이며, 그 연구를 현대화하고자 한다면 임상을 통한 치료의 데이터를 내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논문의 작성도 치료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독자들의 임상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실험실에서 동물실험을 하면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떤 약물, 혹은 질환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이듯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만들어내는 처방이나 의학이론은 그대로 의학의 데이터로 간주되어야 한다.
한의계는 한국 한의학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인식이 결핍된 상태에서 과학화의 논리에만 매달려 본질을 놓쳐 왔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로부터 문제의 본질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이어져 내려온 전통문화 가운데 세계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한의학이다.

정리 =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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