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교육비 VS 문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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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교육비 VS 문화비
  • 승인 2006.04.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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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 230개 회원국의 경제·사회·환경 등의 실태를 담은 ‘2006년 OECD 통계연보’를 발간했다. 그 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교육비와 문화, 여가비의 비중이었다.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지출은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인 반면 사교육비 지출은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사교육비가 GDP 대비 2.9%로 OECD 평균(0.7%)의 4배에 이르러 1위를 차지한 반면 공교육비는 4.2%로 23위였다. 사교육비가 전체 교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나라는 40%였지만 OECD 평균은 12%에 그쳤다.
반면 가계의 문화·여가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비교 가능한 27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OECD 평균은 5.1%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열이 높았지만, 요즘의 과열된 사교육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가계 지출 중 교육비의 비중이 너무나 커서 본인들의 노후설계는 꿈도 못 꾸는 가정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본인들의 행복도 뒤로 미루고 오로지 자녀의 교육에만 그야말로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그리고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문화와 여가 생활이 부족한 면도 있지만, 성인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성인 게임장을 보면 이런 생각이 더욱 든다. 청소년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학교 성적과 대학 진학에만 전념하였고, 오직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이제 여유가 생겨서 문화생활을 누리려 하니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없는 것이다.
“학교의 수업이 끝나면 영어 학원 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고 간다. 영어 학원이 끝나면 다시 다른 과목의 학원을 들러야 하고, 저녁 늦게 귀가하면 산더미 같은 학원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친구들의 일과이다.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유년기(幼年期)의 아이들에게 과중한 과외를 시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좋은 직업을 갖고 윤택한 생활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일 것이다.

어른이 되었을 때의 행복을 위해서 유년기, 청소년기의 행복은 잠시 미뤄도 될까? 과연 우리 아이들이 우리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 행복할까? 그들도 우리처럼 즐길 놀이가 없어서 좌절하지는 않을까?
누구나 자녀에게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평생의 벗이 될 수도 있는 취미,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여유……. 이보다 훌륭한 유산이 있을까? 인생의 주행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의 경치를 살펴보면서 달리면 어떨까? 종착역만 생각하지 말고 달리는 길을 즐기면서, 잠깐씩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가끔 연극이나 영화도 보고, 때로는 전시회에 가서 그림도 감상하고…….

오늘 밤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 DVD를 보면서, 학생들에게 시를 읽어주고 현재를 즐기라던 ‘키팅’ 선생님을 만나봐야겠다.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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