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협진에 연관된 철학적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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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협진에 연관된 철학적 문제들
  • 승인 2003.03.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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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은 동서의학 독립성 인정을 전제"
한의학 포괄 의학철학 정립돼야

다음은 지난 4일 제3의학회 월례학술연구회에서 나선삼 원장(함소아한의원)이 주제발표한 논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그 동안 동서의학의 관계설정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과연 ‘협진’이 무엇인가?’라는 논의는 빠져있었다. 이에 대한 정의는 장기적인 면에서 볼 때 필수적이다. 협진에 대한 개념 자체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논의에서도 의료일원화 논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가 범주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진은 일단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다른 의학 체제’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한 뒤에야 비로소 ‘협조’ 라는 게 가능해 진다.

국내 대부분의 서양의학자들은 사람의 몸이 하나인데 어떻게 의학이 둘일 수 있냐며 일원적 실재론의 범주에서 주장해 양의학에서 규정하는 실체가 존재하며 한의학의 모든 개념들은 양의학내로 환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의료일원화는 필수적이며 당연한 일로 의학에 대한 이러한 전제 내에서 한의학의 개념들은 양의학으로 환원돼야만 하는 조야(粗野)한 것들이거나 혹은 ‘헛다리를 짚는’ 것들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도출된다. 그들에게 한의학은 굳이 없어도 좋을, 있을 경우에는 보조적인 형태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 틀 내에서 협진은 불가능하며 현실적으로 협진에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는 대부분의 의료인·보건관계자들은 일종의 실용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곧 각자의 의학 체계 내의 개념들이 실제적인 차원에서 대응체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환자의 질병 상황이라는 명백한 상태를 개선시키는데 도움을 주느냐 안 주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사실상 임상에 처한 많은 한의사들의 현실적인 문제의식의 배경을 이루는 전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제 하 에서는 실체가 하나이든 다원이든 문제될 게 없다. 두 의학체계는 일종의 도구일 뿐 자신들만의 시스템 내에서 효율적으로 작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더 잘 얻으면 되기 때문이다.

일원론적인 관점에서의 협진에 대한 정책은 한마디로 의료일원화 크게는 의학의 일원화를 위한 임시적인 단계에 불과하므로 그에 대한 모든 정책도 그러한 수준에서 조정돼야 할 것이고, 만일 위에서 언급한 실용/도구주의적 관점에서 협진에 접근한다면, 협진 자체의 방향성이 두 개의 의학의 개념에 충실한 방식이 아닌 순전히 결과 위주 쪽으로 맞추어 질게 분명하다.

서양의 의학철학의 논의는 주로 윤리학에 집중돼 있지만 의료체계의 현실이 독특한 한국에서의 의학철학은 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서구에서도 전통의학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지만, 인문학 계열에서는 의학철학 내에서라기보다는 인류학 분야에서 민속지적 연구(ethnographic study)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있다. 철학계열 내에서도 서양인들에게는 양의학 만이 의학이라는 신념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의학철학 내에서의 한의학이 구성적(constitutive) 요소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전통의학계의 당당한 嫡子라 할만한 한국의 한의학 뿐 만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의학이라는 학문체계의 성격, 본질적으로 자신의 상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철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상 한국의 의료체계의 현실이 감안된 한의학을 포괄하는 의학 철학의 정립은 우리의 의료 현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한국내의 한의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의학의 인식론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을 분리해 고려하는 것이 좀더 바른 의학철학의 방향설정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협진 개념의 분석에서 요청되는 것은 두 가지 의학체계의 인식론적 특징에 대한 분석이며, 그런 까닭에 서양의학 위주의 의학철학이 아닌 한국내 한의학의 특수성까지 모두 감안한 새로운 형태의 의학철학의 논의가 활발해 져야만 협진 등의 의료 현실의 문제를 연구 검토하는 데 있어 연구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양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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