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전통음악과 트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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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전통음악과 트로트
  • 승인 2006.01.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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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점심에 종종 가는 식당에서 ‘성인가요 베스트30’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게 됩니다.
트로트 가수들이 악단의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70년대 ‘쇼쇼쇼’ 같은 느낌의 프로입니다.
요즘 지상파에서도 음악프로를 보기 어렵고 그나마도 MR에 노래만 직접 하는데, 지역방송국에서 매우 의욕적인 기획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트로트(성인가요)를 전통가요라고 부르는 분도 있습니다. 트로트 가수는 한 곡만 히트를 해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많이 사랑하고 즐겨 부르는 장르이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트로트를 전통가요라고 부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분명히 트로트가 우리 민족전통의 음악은 아니니까요.

트로트, 일본에서는 엔까(戀歌)라고 부르는 음악은 일본의 전통음악에서 변화한 겁니다. 일제 때에 우리나라로 유입됐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그들이 주입시킨 음악입니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전통은 모두 금지시켰습니다. 설도 양력설을 쇠라고 하고, 한의학도 많은 박해를 받았지요. 당시 암울한 시절에 일제는 우리 민족을 더욱 슬프게, 가라앉게, 패배주의적인 사고를 갖게 만들 필요가 있었거든요.

트로트라는 말은 원래 남미 쪽의 4박자로 구성되는 리듬 이름이랍니다. 그 말을 그냥 갖다.
쓴 거니까 제 이름은 아니지요. 그런데 우리 민족의 음악은 대체로 3박자의 리듬입니다.
말발굽 소리를 우리는 ‘따가닥 따가닥’이라고 표현하는데, 일본사람들은 ‘따각 따각’한다는군요. 그러니까 트로트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가락은 아닌데, 근 100년간 어려운 시절에 애환을 함께 하다 보니까 정이 든 음악이라고 해야겠지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판금시킨 이유는 ‘왜색’입니다. 군사정권에서 엉뚱한 이유를 대서 맘에 안 드는 노래들을 금지시킨 게 많지만, ‘왜색(倭色)’ 즉 일본전통이란 개념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도 왜색이고 너무 성인취향이란 이유로 대학가요제에서 입상을 못했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은 한(恨)이 많고 눈물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많은 외침을 겪으며, 특히 일제 36년을 겪으며 슬픔도 많이 생겼겠지요. 우리 민족이 소양인 성향인데, 소양인은 오래 슬퍼하고 있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마음을 일으켜 움직여보려 하지 마냥 슬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 나오는 게 어깨춤이고 꽹과리 소리입니다. 바로 ‘신명’이지요.

우리의 민족성을 한(恨)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식민사관의 영향이라 생각합니다. 단점만을 부각시킨 것이지요. 태음인 성향의 미국인을 겁 많은 민족, 소음인 성향의 일본인을 기회주의의 나약한 민족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겠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의 민족성은 슬픔을 승화시켜 나온 ‘신명’입니다.

트로트는 한(恨) 많은 음악입니다. 소음인 성향인 일본인들의 우수(憂愁)가 담긴 음악이지요. 우리 민족이 100여년 그런 음악에 젖어 있다 보니, 신명은 잊고 한(恨)만 많은 민족인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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