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기] WHO 전통의학 국제 표준용어 개발 위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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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 WHO 전통의학 국제 표준용어 개발 위한 회의
  • 승인 2005.07.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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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도쿄 WHO 전통의학 국제 표준용어 개발을 위한 비공식 전문가 회의 참가기


지난달 27~29일 일본 도쿄에서 제2회 WHO 전통의학 국제 표준용어 개발을 위한 비공식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다음은 회의에 참가했던 송호섭 교수가 회의내용을 기고한 것이다.

송호섭 (경원대 한의대)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전통의학의 표준화를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전통의학 관련 국제 표준용어를 제정하는 것이 모든 표준화의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양 어깨에 드리워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여섯 명의 한국대표 중 필자를 포함한 네 명의 한국 대표가 일진으로 ‘제2회 전통의학 국제 표준용어 개발을 위한 비공식 전문가회의(2nd Informal Consultation on Development of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y on Tranditional Medicine 27~29 June 2005, Tokyo, Japan)’에 temporary adviser로 참석하기 위해 6월 26일 인천 공항을 출발했다.

■ 한·중·일·영·독, 33명 참가

도쿄의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후 숙소인 메구로(目黑)역 근처 ‘Princess Garden hotel’에서 여장을 풀었다. 저녁 식사 후 최승훈 박사님 주재로 여섯 명의 한국대표가 모두 모여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일정에 대한 논의를 하며, 한국 대표간 의견을 조율했다.
첫째 날인 27일 아침, 택시로 기타사토(北里) 연구소에 도착했다. 회의 장소인 약학부 제 1호관 6층 세미나실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이번 회의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최승훈 박사의 개막연설로 3일간의 열띤 일정이 시작됐다. 이어서 기타사토연구소의 연구원장이며, OMRC의 전무인 Yamada Haruki 교수의 환영사가 있었다.
첫 번째 연자로 최승훈 박사가 1차 북경회의의 경과보고, 표준화의 필요성과 WHO의 입장, 이번 회의 참가자에 대한 소개 및 이번 회의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했다.

참가자는 한, 중, 일 3국으로부터의 각 6명과 독일의 Paul Unschuld, 영국의 Nigel Wiseman을 포함한 20명의 Temporary adviser와 13명의 Observer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의 참가자는 지제근 교수(서울대), 심범상·김용석 교수(경희대), 이충렬·송호섭 교수(경원대), 임병묵(한국한의학연구원) 씨로 모두 여섯 명이 temporary adviser로 참석했다.

■ 표준용어 선정 위한 원칙 발표

이번 회의의 주된 논의사항은 첫째, 각 국의 안을 바탕으로 표준용어 선정의 원칙 확립, 둘째, 선정된 원칙을 바탕으로 각국의 표준용어 중 국제표준용어 선정, 셋째, 이를 영역화하기 위한 원칙 수립 등이었다.
발표에 이어 최박사는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의 지제근 교수를 의장으로 추천하였고, 좌중의 만장일치의 동의로 지 교수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오전에는 표준화원칙선정을 위한 각 국의 안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중국 측에서 Cai Jingfeng 교수가 ‘Review on English Translation of Common Terms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주제로 중국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서 일본 측에서 Takeshi Sakiyama, Akihito Takano, Kiichiro Tsutani 교수가 번갈아 가며 표준용어 선정원칙에 대한 일본안을 제시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충렬 교수가 한국안을 제시하였는데 2003년 8월에 발표된 WHO HQ draft(proposed 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y in Acupuncture for basic training)를 존중하여 국제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용어를 선정하고, 이침과 같이 통일되지 않은 용어는 피하며, 전통 질환의 이름은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KST를 selected reference로 하여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를 선정하되 서양의학의 해부, 생리, 질환에 관계된 용어는 제외하며, 한 개 용어는 한 개 개념으로 구성되어야 하므로 한 개 용어가 두 개 이상의 개념을 가진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전체적인 분류체계를 요하지는 않더라도 대략적인 분류체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철저한 사전 준비로 이루어진 발표라 좌중의 호응을 받았다.

■ 선정원칙에 대부분 동의

오후에는 한국 측 심범상 교수와 영국 측 Wiseman이 각각 국제 표준용어 선정의 원칙과 선정된 표준용어 영역화의 원칙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각 국 별로 작은 입장 차이는 있었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되어 제시된 원칙에 대부분 동의했고, 실무적인 부분은 둘째날 일정을 진행하며 논의하기로 하고 첫째 날의 일정은 정리됐다.

첫째 날은 기타사토 연구소 주최 만찬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만찬이 시작되기 전까지 동양의학종합연구소 견학이 있었다. 동양의학종합연구소 1층에는 외래가 있어 의사가 ‘Kampo medicine’을 처방한다고 하였다.
특히 눈에 띠는 부분은 의사가 처방을 하면 이는 컴퓨터로 조제실로 전송되어 처방내용이 약 봉투에 자동으로 찍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탕약의 경우 첩약의 형태로 환자에게 주어 달여 먹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비닐자동포장을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약제실 견학 후 2층의 동양의학 자료 전시실을 돌아보았다. 전시실 밖에는 생약표본, 침구와 관계된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었고, 전시실 안에는 일본전통의학의 역사가 고의서와 사진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한방약에 관계된 역사적인 도구나 한방 선현의 서예 및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료 등이 전시되어 있어 일반인이나 전문인이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 배려가 엿보였다.

둘째 날의 일정은 오전에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각 국이 제출한 용어를 전 날 결정된 원칙에 의거 심의하여 표준용어를 선정하는 작업을, 다른 한 팀은 선정된 용어를 영어로 번역시 필요한 영역화의 원칙을 확립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필자는 한국 대표 중 혼자 번역 그룹에서 영역화 원칙을 정하기 위한 치열한 논의에 참가했다.

■ 한·독·영, ‘literal translation’ 지지

필자를 포함해 Nigel Wiseman, Paul Unschuld는 Sourece-oriented와 literal translation을 지지하였는데 필자는 Source-oriented와 literal translation을 극대화해야 하며, 각각의 용어에 대해 간략한 definition을 붙여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사전에서는 전통의학용어의 대응사에는 반드시 Source-oriented와 literal translation이 사용되어야 하며 서양의학의 병명을 사용하고자 하면 그것을 description에 포함시켜야 함을 주장했고, 고전 문헌을 번역할 때에는 본문에는 Source-oriented와 literal translation을 사용하고, 꼭 서양의학 병명으로 free translation을 하고자 할 때에는 그것을 footnote에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Sakiyama, Xiezhufan, Cai Jingfeng은 free translation을 주장하였는데 Sakiyama는 번역회의의 의장으로서 두 개의 번역을 동시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논란에 논란을 거듭한 결과 3가지 방법 즉, literal translation, free translation, literal and free translation을 번역자에게 맡겨 가장 최적의 방법을 사용하게 한다는 점, 한 용어가 여러 개 concept이 있는 경우 여러 개 번역을 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전날 이러한 용어는 배제하기로 한 부분이 있으므로 향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자는 점, 일단 결정된 원칙에 따라 1차 번역이 끝난 후 다시 재검토하자는 점과 특정한 용어의 경우 비록 정확한 번역은 아닐 지라도 현재 많이 쓰고 있는 용어는 수용하되 다만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잠정적인 영역화의 원칙으로 정했다.

번역 그룹의 논의를 마치고, 표준용어선정 그룹에 동참했다.
표준용어선정 그룹에서도 김용석 교수님의 원활한 진행과 지제근 교수님의 탁월한 사회, 최승훈 박사님의 적절한 조절로 순조롭게 표준용어가 선정되고 있었다. 자신들이 관철하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집요하게 끝까지 관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여 상충되는 부분에서는 실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치열했던 회의는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마무리됐다.

■ 차기 회의는 10월 한국서

마지막 날, 전날 정한 번역원칙을 소개하고 검증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서 표준용어로 선정된 부분을 다시 검토하고, 3천116개의 표준용어를 선택한 후 다음 모임을 10월 20일부터 10월 23일 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동양의학학술대회(ICOM)에서 열기로 잠정적으로 정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마친 후 KAL lounge에서 생맥주 한 잔을 기울였다. 마음속으로 이번 회의를 평가해 보니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수 있었고, 한국 측의 준비가 충분했으며 이는 대표단의 뛰어난 역량과 팀웍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눈치를 살펴보니 대표단 모두 긍정하는 듯 싶었다. 앞으로 계속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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