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 임기에 구애받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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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임기에 구애받지 말라
  • 승인 2003.03.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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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전문의제도 개선을 의제로 내걸고 23일 열린 한의협 임시대의원총회는 한의사전문의제도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한 내용을 결의하는 것으로 올 상반기 한의계를 뜨겁게 달군 한의사전문의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결의내용을 한 마디로 말하면 ‘집행진은 개원한의사에게 기존 8개 전문과목의 특례가 인정되도록 노력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전문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요구의 수준이 ‘노력’과 ‘추진’이라는 추상적인 말로 마무리된 것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집행부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는 의도도 배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결론은 좀더 시간을 갖고 연구해보자는 것이다. 한의학 관련 제도가 다 그렇듯이 깊게 파고 들어가면 한의학의 모든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전문의제 문제도 마찬가지로 난마처럼 얽힌 복잡한 사연이 내재되어 있다. 어느 한 두 사람이 고민해서 될 일이 아니며, 몇달 연구해서 될 일도 아니다. 더우기 외부의 문제와 달리 내부 구성원 간의 민감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전문의제 같은 경우는 정밀한 연구를 선행하지 않은 채 여론에 밀려 추진하게 되면 법제화하기도 전에 내부에서부터 반발을 초래하고 급기야는 분열적인 모습만 노출시킬 뿐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한의협은 6월 15일 열린 전국이사회에서 한의학 중장기 발전 연구를 전담하는 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바 있어 부족하나마 시간을 갖고 한의학 정책을 체계적, 조직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이 시점에서 한의협이 명심해야 할 사실은 위원회 하나 만들었다고 한의학의 밝은 미래가 건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비교해도 한의계의 힘과 조직적 대응능력은 경쟁상대인 의사, 약사 단체와 비교해서 작다. 인접단체와의 분쟁은 줄어들 줄 모르고 연일 발생하고 있다. 수십년 분쟁이 계속되어 왔으면 한의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정밀 분석을 해서 지금쯤은 하나 둘 실천에 옮겼어야 했다. 한의협이 일선 한의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뻔하다. 집행부를 믿고 진료에 매진하는 회원들은 회원들대로 맥이 빠져 한의학에 대한 회의감만 증대된다.

1990년대 초 한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젊은 대의원들이 정책기획예산 5천만원을 확보했을 때의 정열을 오늘에 되살릴 수는 없는 것일까? 인접 단체는 정책위원회 정도가 아닌 자체 정책연구소를 설립하려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한의계는 너무 안일한 사고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구호보다는 세련된 이론과 실천만이 설득력을 갖는 시대에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수치다.

기왕에 정책다운 정책을 입안·추진하려면 현안과 별도의 독립적인 중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한의사전문의제 연구도 시간을 갖고 장기적으로 연구해서 전 한의계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안을 도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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