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힘이란 어느 한 가지 요소로 규정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집단의 힘은 집단구성원을 관통하는 공통적 지향이 분명할 때 발휘된다. 이 역할은 주로 대학의 몫이다. 지도자의 역할도 크다. 반면에 지도자를 뽑는 구성원의 의식도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한 마디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역량발휘가 좌우된다. 이 점을 주목한다면 한의계는 한의학과 한의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평가지표를 만들어 하나하나 점검해 나간다면 한의계의 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재로서는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평가지표에 포함될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공직한의사의 정착과 적절한 활동 여부라고 할 수 있겠다.
한의사가 진출한 공직분야는 양적 질적으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껏해야 공보의나 군의관, 보건복지부 등 몇몇 분야에 한정되어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언론계, 보건의료연구기관에도 진입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 일간지 기자와 정부산하 모 연구기관에 진출했던 한의사가 경력을 쌓기 전에 퇴사해 한의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뭇 한의사들이 기대를 거는 한국한의학연구원도 한의사출신 연구원의 이직이 심해 연구능력 축적의 기회를 까먹고 있다. 게다가 침구학전공자는 3번에 걸쳐 모집했는데도 한 사람의 지원자도 없는 실정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저조한 공직진출은 결국 공무원 수준의 급여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적 여건 탓이 크다. 양의약계의 전례로 보아 인력이 과잉 배출되면 서서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정부의 의료인력 입학정원 동결정책이 계속되는 한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현실적 타개책은 개원가 소득을 공직근무자에게 이전함으로써 근무 매력을 증대시키는 전략을 강구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한의학연구원 같은 경우에는 한의협 차원의 정책연구과제 용역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봄 직하다. 회비를 열심히 내는 일이 공직근무여건을 개선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한의협이 이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제에 공직근무자는 한의학을 외호하는 역군들임을 감안하여 공직종사자들이 보다 의욕적으로 근무하고, 나아가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의협 차원의 종합대책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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