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여러 위원회가 만들어져 뭐가 뭔지 도통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경쟁력을 키우자는 데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경쟁력과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의료일원화 토론회조차 한국의학교육의 대외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제를 깔고 진행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경쟁력의 대상이 한의학이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든, 아니면 동아시아지역의 전통의약이든 상관없이 모두 한의학과 직·간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말이 한의학 발전이지 빈 껍데기가 될 개연성도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견제와 함께 내부의 준비가 부족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자포자기 상태로 변혁기를 그냥 흘러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유리한 상황은 유리한 대로 흡수해내고,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제도개선과 회원 의식개선의 계기로 삼는다면 한의계에 보탬이 되면 되었지 결코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의계가 얼마나 진지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우리 한의계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보다 자신감이다.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고뇌하고, 지혜를 모으고, 사람을 모아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책을 모색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지레 겁을 먹고 머뭇거리다가 시간만 다 까먹고 뒤늦게 허둥댄다면 될 일도 안 된다. 유리하든 불리하든 일단 부딪히고 볼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대외적인 과제를 내부의 문제보다 앞세우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내부문제로 전문의제를 들 수 있는데 이 문제는 내부의 합의만 이루어지면 언제든지 해결 가능하지만 외부의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외부의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내부의 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모든 협상은 힘을 바탕으로 이루어짐을 명심해서 한의학의 역량을 키우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의학 힘의 원천은 치료를 잘 해서 환자를 낫게 해주는 일이다. 그러면 의보 점유율도 높아지고,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되고 정부는 한의학 발전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매 순간 순간 상황과 시련은 우리를 단련시켜준다. 어떤 순간에도 정신만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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