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45] 治腫秘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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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45] 治腫秘方
  • 승인 2005.05.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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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자생 외과수술법의 흔적

일반적으로 한의학에는 아예 외과수술법이 없었거나 이미 오래 전에 소멸되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비록 주류는 아니었지만 조선 의학에도 외과술에 능한 한 무리의 의인들이 계파를 이루어 전수되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실례 중에 하나로 任彦國과 『치종비방』을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1559년(명종 14) 전라도관찰사였던 安瑋(1491~1563)가 錦山郡守 李億祥으로 하여금 간행케 한 것으로 아마도 조선의 외과 전문서로는 가장 빠른 시기의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듯 주변에 남아 있는 저술이 적고 그 술법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워낙이 남겨진 것이 많지 않은 까닭이지만 그 보다도 침을 놓거나 칼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유교적 사회풍토에서 천박한 일로 간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조선 500년 역사를 통틀어도 이 책의 원저자인 임언국과 훨씬 후대의 白光炫을 비롯한 소수만이 외과치법을 사용하여 이름이 드러났을 뿐, 대부분 민간에서 활동하였기 때문에 기록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간 이 자리를 통해서 소개한 책들이 꽤 많이 늘어나게 되었지만 외과전문서로는 이미 오래전에 게재한 『醫腫金鑑』이 유일하다. (13회 사라진 조선의 外科術 - 1999. 10. 4일자)

이 책은 그 뒤 한 동안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가 그의 제자들에 의해 펴낸 것으로 보이는 『治腫指南』이 일본에 전해졌다. 이것의 원본은 국내에 남아 있지 않고 임진왜란 때 약탈당한 것을 江戶幕府의 고증의학자 丹波元簡이 필사한 사본이 일본의 京都大學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성종~중종 재위 초년부터 治腫廳이 설치되어 있었고 임언국의 치료법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채록되어 훗날 현종 때 治腫敎授를 지낸 백광현에게 이어져 그가 미천한 신분에서 일약 鍼醫로 발탁된 것으로 보아 그 기법이 민간에서 면면히 전해지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治腫의 명의로 이름난 任彦國은 전라도 井邑사람으로 나이 드신 어머니의 종기를 치료하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다가 靈隱寺 老僧에게 침술의 묘법을 배워 많은 사람을 살렸다고 전한다. 그런데 원래 이 책에는 內醫院에서 펴낸 『救急良方』이 함께 합본되어 있었고 板式도 흡사하여 함께 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책의 상관관계와 간행을 주도한 安瑋, 安玹 형제의 역할에 대해서는 진즉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한 바 있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177회 兄弟同榜한 전라감사의 民生處方 / 2003. 10. 27일자)

내용을 살펴보면 정腫을 크게 火정, 石정, 水정, 麻정, 縷정 5가지로 분류하고 증상과 치료법을 실어놓았다. 그가 남긴 치료법의 대체는 ‘用針而決出惡血, 治藥而消去毒氣’로 요약할 수 있다. 즉, 針으로 종기를 破刺하여 惡血을 제거하고 약으로 腫毒을 해소한다는 것으로 오늘날 觀血的 手術法에 대비해 볼 수 있다. 또한 외과적 처치법에 병용하여 소금물을 끓여 환부를 담그거나 바닷물(東海水)로 종기를 씻어내는 鹽湯沈引法을 사용하였다. 아울러 토란[土芋]을 생으로 갈아 환처에 붙여 열기를 가라앉힌다고 했다. 저자 자신도 風腫을 얻어 6년이나 고생했는데, 이 방법을 쓴 후 다시 재발하지 않고 깨끗이 낫게 되었다는 후일담도 적혀 있다.

이외에도 千金漏蘆湯과 蟾灰, 蛇매草와 蒼耳를 넣고 끓인 鹽湯沐浴法 등을 수록하였다.
이 같은 종기치료법은 앞서 『救急良方』 丁腫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사방에서 十字로 침구멍(針道)을 뚫어 惡血을 빼내고 蒼耳鹽湯으로 씻은 후 쇠비름[馬齒현, 마치현]을 찧어 붙인다고 하였다.
縷丁의 경우, 이전에는 예가 없던 것으로 辛卯年(1531년, 중종26) 이후 수만 명을 치료했으나 1, 2 케이스만 보았을 뿐이라며 스스로 새로운 병명을 붙여놓은 저자의 임상경험의안까지 들어있다. 우리 의학사에서 사라진 전통방식 외과처치법의 흔적이 그려져 있어 애틋한 감회를 느낄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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