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중계석] 의료일원화 포럼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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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중계석] 의료일원화 포럼 요약
  • 승인 2005.04.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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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답게 만들 때 의학도 진가 발휘”
한의학의 과학성 확립과 일원화는 상관성 없어

■ 주제발표 : 조병희(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료사회학) ■

◇ 불신이 갈등의 근본원인

한국사회에서 의료공급자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계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영역’ 또는 업무의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임에는 분명하다.
이번 분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인 한의사의 CT 사용과 한방감기약 광고도 결국 한의학의 관심영역이 확대되면서 영역의 중복돼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영역의 중복이 곧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아니다. 분쟁의 소지가 존재할 때 곧바로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은 두 집단 사이에 해묵은 불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신이 전제될 때 ‘의료일원화’와 같은 정책적 이슈도 그 본래의 의미보다는 그 안에 내재된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학계 스스로 한의사에 의학 한의학교육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한의계에 대하여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시키라고 주문하는 것은 다분히 ‘강자의 입장’에 서서 요구하는 주문으로 보일 수 있다.

◇ ‘부작용’ 악용 말아야

의사나 한의사 모두 과학에 대하여 매우 고전적이고 협소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 의학은 과학 자체라기보다는 임상경험을 중시하는 영역이다. 의사들이 임상자율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동일 약품이라도 그것이 투여되는 상황조건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즉, ‘임상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분석화학적 약리작용 기전은 불분명하지만 임상적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나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인삼과 침술이 그러하다.
또한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약의 효능을 부정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부작용 문제가 상대방 의학과의 상대적인 비교우위 또는 평가절하를 보여주려는 근시안적 동기가 노출되고 있는 점이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한의학의 과학성 확립과 일원화는 필연적인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 의학지식은 공유해야

근대의학이나 한의학이나 모두 문화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학적 상식이다.
문화는 항시 새로운 요소를 수용함으로써 발전하게 된다. 의사들이 침에 관심을 갖고 한의사들이 CT에 관심을 갖는 것도 상대 문화의 장점을 배워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문화적 본능의 소산이다. 인류건강을 위한 보편적 자산이자 공공재화인 의료지식을 나누는 일에 인색하면 사회적 비난과 문화적 고립을 자초하게 된다.

◇ 완전통합은 불가능

의료계는 많은 제안을 했지만 다분히 ‘대외적인 발언’에 치중했다.
기본철학이 다른 두 의학을 철학적으로 일치시키지 않는 한 완전통합이란 달성되기 어렵다. 오히려 통합의학은 그 하위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가 조화되는 단계가 된다면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통합으로 볼 수 있다.
의학과 한의학의 연속성을 드러내면서(인정하면서) 다른 한편 한의학을 한의학답게 만드는 일에 협력할 때 의학의 진가도 분명해질 것이다.

정리 = 김승진 기자


■ 토론 ■

소비자는 이원화를 원한다

양의계는 강자로서의 여유가 없고 살벌한 대응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배경에는 경제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의료소비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술을 안 하는 것을 한의학의 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양방의학기술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한의학 선호현상은 국민성과도 연결된다. 환자 입장에서 이원화를 존속시키려는 욕구가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이원화제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일원화를 하려면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하는 게 좋겠다.
조 재 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감대 형성부터

선행적인 준비단계를 거친 뒤 일원화해야 한다.
일원화는 힘이나 수의 문제라기보다 한양방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동서통합대학을 만들어 상호 의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감대 형성 없이는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환자의 눈에는 집단이기주의로 비친다.
한약재 부작용과 관련해서 성분이나 제제 자체를 문제삼는 것도 의료일원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의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
이 성 재 (보완대체의학회 이사장)


판단할 자료부터 축적을

의료의 중심적인 가치는 국민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는 일이다. 상호 훼방하면 의료의 신뢰만 떨어지고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그래서 환자 보호의 필요상 의료일원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료일원화는 충분한 준비없이 진행돼온 감이 없지 않다.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자료의 축적이 필수적이다.
한 상 율 (개원협 범의료한방대책위 위원)


학문적 접근이 먼저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유익한 효과만 준다면 일원화든 이원화든 큰 문제는 아니다.
의료장비도 누가 어떤 기기를 사용해도 상관 없다. 적정한 사용방법을 가진 사람이 사용하면 문제 안 된다.
국민이 한방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약은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접근방법과 학문적 체계가 다른데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제도적 접근보다 학문적 접근이 먼저다.
김 진 현 (인제대 교수,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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