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출입엄금’과 ‘의료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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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출입엄금’과 ‘의료일원화’
  • 승인 2005.04.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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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내과의사회 행사장 입구 안내 데스크에서는 오늘 있을 학술행사 자료와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입장객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기자라고 하니 “특별히 잘 모시라고 했어요”라며 책과 함께 ‘기자’라고 써 있는 명찰을 건넸다.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상한 문구의 배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방관련자 출입엄금”이란 배너가 입구에 놓여있었다.

순간 오기가 발동해 “어느 신문사에서 왔냐”고 묻지도 않는데 명함을 건네며, 신문사 소개까지 덧붙였다. 장내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를 바라는 심산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기자석으로 마련한 자리가 모두 차 미안하다며 충청권에 배정된 자리로 안내했다. 기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다른 의학 전문지 기자들은 웃으면서 “출입 금지인데 어떻게 들어왔냐”고 말을 건넸다.

어디까지를 ‘한방관련자’라고 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저런 배너를 걸어 놓을 생각을 한 자체가 우습기까지 했다. 조금이라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지 모른다.
옆자리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양방내과 전문의와 인사를 나눈 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의사는 기자에게 애써 한약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마황에 에페드린 성분이 있어 위험하다는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가가 진단해 투약하는 한약과 한약재의 개념부터 다시 공부하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이 양의사는 고등학교 때 자신보다 성적이 아래인 친구가 한의사가 돼 지금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며 억울해(?) 하는 표정까지 나타냈다.
효과가 없을 줄 뻔히 알 ‘출입엄금’ 배너를 세워 놓은 것이나 ‘의료일원화’, ‘한약부작용’을 외치는 것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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