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42] 소아병원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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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42] 소아병원록
  • 승인 2005.04.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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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선을 보이는 아희보하는신편

시종일관 정갈한 느낌을 주는 글씨로 적어내린 한글의서 1책이다. 헤어져 닳아버린 겉표지에는 ‘소아병원록’이라 되어 있지만 아마도 후대의 소장자가 써 넣은 제목인 것 같다. 본문 첫 장의 ‘아희보하는신편’ 즉 『保幼新編』이 원서명일 것이다. 서문과 차례는 보이지 않고 범례와 運氣流行法, 化氣五行, 看日法, 순계[順計], 六經輪圖에 이어 본론에선 ‘小兒病源錄’이라 頭書해 놓고선 “쇼아병근원총논이라”고 되어 있어 소장자가 이것을 서명으로 삼은 것 같다.

알다시피 『보유신편』은 구한말에 盧光履의 서문을 달아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필자는 이미 오래 전에 이 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다(12회 잃어버린 國籍 - 본지 254호, 99년 9월 27일자). 이 목판본에도 처방편이 종서로 기재된 것과 『방약합편』의 체제를 본떠 처방편을 3단 분류하여 기재한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서문에 밝힌 바와 같이 애초에 이 책은 조선 중기 이름 모를 인물에 의해 전해지다가 正訓이라는 스님의 뜻에 의해 1905년에야 비로소 정식 출간된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이미 3백여 년을 필사본으로 베껴 전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인지 고판 필사본에는 노광리의 간행사가 없으며 오늘 소개하는 이 언해본에도 서문은 달려 있지 않다. 이것은 곧 필사본이 목판본 간행 이전에 작성된 것임을 짐작케 하는 것이며, 이 모두가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읽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학입문」이 인용되어 있고 일부 처방과 내용 중에 「동의보감」과 중복된 경우가 많아 대략 저술시기의 상한연대는 17세기로 여겨진다.

본문의 수록내용을 차례대로 살펴보면, 쇼아병근원총논[小兒病源錄], 실열을분별홈[辨實熱], 허열을분별홈[辨虛熱], 예치해열방[預治解熱方], 초생위증[初生危證], 경풍지후[小兒驚風], 단독지후[小兒丹毒], 복통지후[小兒腹痛], 잡증[小兒雜症], 삼관맥법[三關脈法], 얼굴을보고낫비츨살피난법[觀形察色法], 청셩법[聽聲知法], 태열[胎熱], 급경풍[急驚風], 만경[慢驚及夜啼], 객오증, 중악[重惡病], 단독[丹毒], 편신태종[扁身胎腫], 나력[나력], 영유[영瘤], 복통[腹痛], 소아토사[小兒吐瀉], 탈홍[小兒脫紅], 감적[疳積], 학모[학母], 담궐[痰厥], 등곱은병[背曲病], 눈병[小兒眼疾], 야제증[夜啼症], 변증[小兒煩症], 제풍[小兒臍風], 비연증[鼻涎症], 쳬리증[滯裡症], 역질을드물게하는방[稀痘方]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까지가 『보유신편』의 내용에 해당하는데, 필자의 추측처럼 그곳에 ‘보유신편해라’라는 기록이 있어 앞의 내용들이 『보유신편』의 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문견첩녹’이라는 항목 아래 小兒冷症, 髮際, 浮脹, 孕婦, 産後發熱, 脣腫 등 70여 항목에 달하는 단방이 수록되어 있다. 또 運氣看日法, 正初日看雲法, 地動法, 天動法을 수록하여 일기변화에 따른 기상상태와 농사의 풍흉을 파악하려 했다.

목판본과 비교해 볼 때, 한글본에서는 제목과 내용이 다소 변화가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처방의 가감법이나 일부 번잡한 내용을 대폭 삭제하고 긴요한 것만을 다시 간추려 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것은 원문 중에서 좀 더 시급한 내용만을 한글로 언해에 줌으로써 급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天弔, 치痙(치경), 癲狂, 癎, 如走馬, 飛尸骨疽, 雀目과 같이 증상이 위중하거나 의원의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한 부분은 어차피 처치가 곤란하다고 보고 관련 내용이 아예 삭제되어 있다.

한문본에 없는 내용을 표제로 뽑은 경우도 있는데, 小兒蟲腹痛, 小兒曲腰乾啼, 小兒消脹散, 小兒太泄 등의 경우이다. 다른 한편 苦練根을 고진근으로 표기하고 中惡을 중악[重惡病]으로, 脫肛을 脫紅, 위皮를 활피, 龜背를 등곱은병[背曲病], 變蒸을 小兒煩症, 惺惺散을 醒醒散, 鼻淵을 鼻涎症, 滯이(체이)를 滯裡症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한글로 옮겨 적은 이는 전문 의학 교육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조선 후기 사대부 집안에서 육아에 응용하기 위해 작성한 한글로 쓴 가정요법서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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