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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4.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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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현상을 소재로 한 스릴러

꿈을 자주 꾸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지만 필자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그려오라는 과제를 내주는데 의외로 꿈을 꾸지 않는다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꾸기는 하지만 깨고 나면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깨어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생각나는 꿈이 많을 정도로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거의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인과관계를 가지며, 과거와 현재를 들락날락 거리는 내용이지만 간혹 섬뜩한 꿈으로 인해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한 경우도 많다. 반대로 좋은 꿈을 꾸면 복권을 사놓고 대박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하지만 번번이 헛된 결과로 끝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그 꿈이 어느 날 갑자기 현실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우연히 바라본 모습이 어디선가 많이 본 적이 있는 것 같고, 처음 온 곳임에도 왠지 왔던 곳인 것 같은 느낌을 필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 번 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이것이 데자뷔(deja-vu, 기시감) 현상이다. <썸>은 바로 데자뷔 현상을 영화의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 영화이다. 사건 증거물인 100억대의 마약이 경찰호송 중 탈취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호송 담당자인 강력계 오반장(강신일)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러나 강성주 형사(고수)는 진범을 잡기 위해 용의자를 추적하지만 그 용의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다른 용의자들 또한 잇따라 사망하게 되고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던 중 강 형사는 용의자의 친구인 교통 리포터 서유진(송지효)을 만나게 되는데 데자뷔 현상을 느끼는 서유진은 강성주를 처음 보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하면서 그의 죽음을 예견한다.

이렇게 영화는 여주인공의 데자뷔를 중심으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로인해 영화의 결말 또한 데자뷔를 통해 나타나고, 그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썸>은 처음부터 그 데자뷔가 미리 알고 있으면 사건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충분히 결말에 대한 반전이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약하게 표현되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흔하지 않은 소재인 데자뷔 현상을 과감하게 스릴러 장르로 연출했다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좀 더 내용에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하지만 <접속>, <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한 작품이며, 최근 TV 드라마를 통해 연기 변신을 하고 있는 고수의 영화 데뷔작으로 자동차 추격씬이나 스릴러 영화다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데자뷔 현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호기심을 갖고 볼만한 영화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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