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질적 발전 모색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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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질적 발전 모색할 때 됐다
  • 승인 2005.04.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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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력 부재, 소통장애 탓 회원 정서와 괴리
내부 개혁 추동할 강력한 지도력 확보 시급

한의계 내외의 정책 환경이 급변하는 데 비해 한의협행정은 변화된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사회적으로 한의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한의학의 대중화가 진행되고, 정부와 지자체·기업체의 요구도 비례해서 증가하고,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의사의 의식도 성장하고 있지만 한의협의 대처방식은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단기적이며 미봉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의협은 늘어가는 행정수요에 대비하여 다각도로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관을 정비하고, 사무처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모색하거나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최근에는 2명이던 상근이사 수를 4명으로 늘리고 조만간 한 명을 더 늘릴 예정이다. 인력을 증원할 뿐만 아니라 실질예산도 증액됐다. 건강보험보장성 강화와 한의학수호대책비를 포함해 10억여 원의 특별회비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행정수요가 폭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한의협의 이런 대처방식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하는 이사가 늘고, 예산도 증가되면 집행부의 일이 그만큼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순기능에만 주목하고 역기능에는 주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상근이사가 자칫 옥상옥이 돼서 사무국의 자율성을 떨어트릴 우려는 없는지, 비용에 비해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보지 않은 채 ‘할 일이 많으니 일할 사람을 늘려야겠다’는 식의 단순한 사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총회에서 정관이 깔끔하게 정비되지 못한 것도 졸속적이고 성장 지향적 회무태도가 빚은 한계로 거론된다. 한의협집행부는 스스로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정관을 개정하려 했지만 너무 편의적으로 생각한 나머지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게 일부 대의원의 판단이다.
정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정 취지를 충분히 공지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인데도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총회에 회부한 나머지 중요한 개정조항들이 무더기로 부결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의장단도 집행부를 밀어주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 젖어 무리하게 운영한 흔적이 있었다. 더욱이 대의원의 변화에 걸맞은 총회운영시스템을 짜지 못한 것도 결과적으로 정관을 업그레이드시키지 못하는 데 일조했다.
미숙한 회무운영의 저변에는 기획력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한의학을 제도로 구현해나가려면 설계하고, 현실화시키는 제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한의협의 회무는 정책설계도가 엉성한데다 정책추진과정에서 소통에 장애를 일으켜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만 왜 빼느냐, 한의계도 형평에 맞춰 해줘야 한다’는 당위에 따라 합리적인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로비하던 과거의 관성 탓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일선 한의사들은 한의협의 회무태도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원화 문제나 양의계의 한의학 폄하사건, 그리고 새롭게 발생할 수도 있는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의사 내부 성원들조차 설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회원들은 국민들이 한의학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근본대책을 요구하는데 집행부는 회원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부차적인 문제에 회세를 쏟아 붓는다고 불만이다.
최방섭 개원한의사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재 한의계의 핵심적인 문제는 한의학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이고 개개한의사에게는 한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는 일이지 대국민 홍보가 안돼서 한의학이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한의학에 가로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을 표준화하는 한편 회원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교육해서 한의사 내부의 질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회세의 양적 성장에 비해 지도력이 못 따라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의협이 일선 회원의 요구를 수용해 질적 발전을 꾀하는 방향으로 궤도수정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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