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독주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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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독주를 우려한다
  • 승인 2003.03.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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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전문의제로 한의계가 발칵 뒤집혔다. 다수 한의사가 2류 한의사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여론이 악화되다 결국 정기총회를 불과 2주 남겨놓고 임시총회가 소집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임총의 결정이 어떻든 간에 한의사협회 회원간에 깊은 골이 패이게 됐다.

정부와 한의계 사이에 사전조율이 되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였으나 ‘법대로’를 고집하다 오늘과 같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법대로’ 행정은 한약사시험 소송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승소의 확률이 낮은데 항소를 하면 패소할 것이 뻔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발상이라고 판단된다.

공무원으로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 이해할 수도 있지만 최근의 정부의 행정을 보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행정전횡 내지 행정독주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의계로서는 대단
히 유감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행정을 함에 있어 ‘법대로’만 해야 한다는 논리가 반드시 만고불변의 진리일 수만은 없다. 매사를 법대로 해야 한다면 굳이 ‘정치’가 필요 없을 것이다.

법이란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시대에 맞지 않거나 절대 다수가 원치 않으면 개폐를 하기 마련이다. 가령 노조가 실정법을 위반해 파업했다고 해서 다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적 고려와 사회적 화합을 고려치 않고 마구잡이로 구속한다면 사회적 균형을 달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중재와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한의사전문의시험 실시와 한약사시험 항소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한의학을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한의학 발전의 주체라고 자부하는 한의계 구성원 다수의 의견을 존중했어야 할 것이다.

비단 우리는 최근의 두 가지 사건만 가지고 서운해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잘못 만들어진 법을 토대로 한의계를 옥죄는 행정행태를 못마땅해하는 것이다. 그 피해는 한의계를 넘어 우리 의료계 모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당장 WTO 서비스시장 개방을 눈앞에 두고 한의학시장을 어느 정도 방어해낼지 의문이다. 국익을 고려해 제때 의료법과 약사법을 정비하거나 아니면 한의약법이나 한약관리법을 제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치고 근대 100년의 혼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의학도 우리 근대사처럼 시련의 삶을 살아왔다. 한의계의 아픔을 정부가 감싸안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과 관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일점을 도출해내는 게 보기에도 좋다.

독주는 뒤로하고 합의를 중시하는 행정풍토와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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