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한의계 위기관리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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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한의계 위기관리능력
  • 승인 2003.03.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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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주가가 올라가 급등하고 있어 경제가 다소 호전된 듯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IMF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들린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불합리와 전근대성이 보이는 세계의 화려함 뒤에 가려져 있어 잘 되고 있는 듯이 보일 뿐이다.

다행히 국가·사회·기업·민간단체에서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뒤떨어졌다고 인식하고 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띈다. 여당은 1인 보스정치를 청산하겠다고 연일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인접단체인 대한의사협회도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여 대내외적으로 상당히 힘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그밖에도 무수히 많은 조직들이 군살을 덜어내고 새살을 돋구고 있다. 이 모두 변화하는 시대에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한의계는 변화의 물결에서 살짝 비껴선 느낌이다. 사방에서 일은 터지는데 비해 온몸을 바쳐 뛰어드는 사람이 없다. 오로지 회장만 눈에 띌 뿐 임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회장마저 벌써 4년째인데다 임기말이라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남들은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짓고 새해 설계를 하느라고 야단인데 한의계의 각 구성원들은 하루하루 위기를 넘기기도 빠듯하니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미래 설계는 요원한 일이다.

현집행부가 임기말이면 차기후보군이라도 가시화되어 한의계의 미래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상황을 슬기롭게 돌파해야 할텐데 선거제도의 한계로 전혀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한의계 여론선도층이 침잠해들어간 사이 일선의 한의사들은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과 ‘그런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냐’고 자포자기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임상강좌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위기는 위기다. 한약학과생의 유급과 폐과 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의시험은 우여곡절 끝에 실시되지만 실행주체인 학회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중국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세계 무역질서를 주도해가고 있다. 수천명의 중국유학생문제와 원료한약재 한의약시장 개방 등이 걸려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부대로, 한의계는 한의계대로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이들이 위기를 위기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의사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1만명의 한의사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실로 넓고도 깊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의사들을 네트워크화해서 이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한의계의 인적 자원은 풍부한 편이다.

문제는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네탓 내탓만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급한대로 한의협이 나서 위기관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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