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의 계절, 바닥정서를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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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의 계절, 바닥정서를 살펴라
  • 승인 2005.01.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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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흐름을 가장 많이 타는 한의계는 참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는 게 첫째가는 어려움이지만 무엇보다 한의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불황이 끝나도 한의사들의 처지는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도 어려워지다보니 ‘아무렴 한의원 하나 운영 못하겠나’, 혹은 ‘설마 한의사가 굶겠는냐’는 안일한 생각이 없어짐은 물론 이제는 패닉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인심은 곳간에서 나기 마련이다. 한의사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넉넉해야 회비도 거치고 정책도 충실해지는 법이다. 개개 한의사가 살기 고단한데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그러나 한의계는 어렵다 어렵다 말만 하면서 정작 회원 소득배가책에는 정책적 역량을 동원하는 것 같지 않다.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했는가. 생존의 위기를 느낀 회원들이 경영이다, 마케팅이다, 건식이다 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런 방식들은 저마다 삶을 개척해가는 하나의 방법은 될지언정 한의학의 정체성에 입각한 바른 접근법이라는 인식을 다수 한의사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 시대 한의사들이 변화된 환경 속에서 한방의료기관을 어떻게 경영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표준적이고, 원칙적인 방향제시가 없기 때문이다.

경영전략뿐만 아니라 정책 하나하나에도 장기전략이 보이질 않는다. 회원의 이해와 밀접한 사안들조차 너무 쉽게 논의되고 너무 쉽게 결정된다. 뭇 한의사들의 좌표가 될 이사회 결정도 한달이 못가 취소된다. 일련의 정책들이 단기적, 즉흥적으로 벌어지다보니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졸속적인 의사결정은 신축회관으로의 이전을 앞두고 빈발하고 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짧은 시간 다양한 개선과제를 수행할 필요는 있지만 오랜 고민과 연구를 선행하지 않은 채 시간에 쫓겨 추진하다보면 몸만 바쁘고 되는 일은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괜히 엉성하게 일해놓고 사정을 몰라준다고 탓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마침 총회의 계절이 시작됐다. 집행부는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분회와 지부 총회를 빌어 적절하게 주문해야 할 것이다. 회원들은 집행부가 맘에 안든다고 불평불만을 털어놓을 것이 아니라 정책에 적절히 반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선거가 없는 총회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것도 현명한 처신의 하나다. 각종 현안이 수두룩하게 쌓인 이 시점에서 민심을 잘못 읽어 자칫 ‘총회쓰나미’에 쓸려가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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