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과학화'에 담긴 反지성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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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과학화'에 담긴 反지성적 사고
  • 승인 2003.03.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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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얼마전 도하 일간지에 게재한 ‘국립 한의과대학 신설 반대한다’는 내용의 광고문안 중 이런 표현이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한의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의학을 과학화해야 합니다.”

이들은 부연설명하기를 국립 한의과대학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과학화와 함께 현대서양의학과 통합·일원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정부도 (국립) 한의대 하나 더 만들기에 앞서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의 주장에 따르면 한의학은 현재 과학이 아니며, 서양의학과 통합·일원화해야 한의학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이야말로 과학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이 뭔가? 반복되는 현상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면 과학이다. 증명하는 방법은 실험적으로 할 수도 있고, 경험적으로 할 수도 있다. 실험적으로 하면 실험과학이고 경험적으로 입증하면 경험과학이다. 한의학은 인류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자체적으로 옳음이 입증된 경험과학이다. 뉴튼 이래의 기계론적 사고에 젖어온 서구과학은 모든 현상을 그들 말대로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렇듯 무식한 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서양의 의학만 옳고, 다른 전통의학은 비과학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할지는 모르지만 세상은 그렇게 희망대로 되지 않는다. 인체를 미세하게 쪼개서 관찰하고 치료하면 어느 정도 고칠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질병에 속수무책인 게 서양의학이다. 인체는 분석적인 방법으로 치료될 수 없다. 현대 서양의학과 통합 일원화하면 한의학을 과학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서양의 학문방법론은 참고가 될지언정 서양의학은 한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의대에서 배우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이 서양의학이라고 하지만 이들 과목은 ‘의대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될지언정 ‘의대전용과목’은 아니다. 이들 과목은 인체학으로써 의학 공통과목일 뿐이다.

동양의 과학관은 근본적으로 서구와 다른 일면이 있다. 서구의 과학이 A or not A 인데 비해 동양의 과학은 A and not A로 본다. 그러므로 동양은 體가 用을 통해 드러나고 用이 相을 만든다. 서양과학처럼 用을 따로 떼어내어 과학이라고 보지 않았다. 뉴턴이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졌고 만유인력의 법칙은 작용하였다. 한의학도 자연현상을 유심히 관찰하여 인간의 질병을 고쳤다. 동양의학을 비과학이라고 함부로 말할 게 못된다.

의협은 잘못된 전제를 갖고 국립대 한의과대학 신설을 반대했다. 조금도 설득력이 없다. 한의학은 그 자체로 과학이다. 한의학의 앞날에 이러쿵 저러쿵 시비는 삼가했으면 한다. 한의학 발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한의계가 알아서 할 일이다.

오히려 의협의 속마음은 ‘과학화’보다는 다른데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의 국가공인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100년전 주류의학의 자리를 빼앗을 때 느낌을 계속 갖고 싶은 것이다.

의협을 비롯한 양의계는 진정으로 의학발전을 희구한다면 100년간의 미망에서 깨어나 국립대 한의과대학 신설을 흔쾌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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